12일 공개된 두산중공업의 ‘신노사문화 정책 실행 방안’ 등의 자료는 지난달 9일 노조원 배달호씨가 분신사망한 뒤 한달 넘게 노사가 날카롭게 대립해온 두산중공업 사태와 올 봄 노동운동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건이 실제로 이행됐다면 회사는 부당노동행위로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노동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자료의 핵심은 회사가 명단을 만들었느냐와 이를 근거로 실제로 노조활동에 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로 연결됐느냐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은 “임원들의 워크숍에서 대책을 논의한 자료이며, 노조가 상사의 개인수첩을 절취했다”고 밝혀, 회사가 문서를 작성했음을 시인했다. 이에 따라 문서에 회사지침으로 언급된 △파업 참가자 불이익 조처 △진급·승급에서 비조합원 우대 △파업 찬반투표 개입 △노조 계파 성향 파악과 약화 전략 △개인 면담 등을 통한 노조원 전향 등이 얼마나 실행됐느냐가 부당노동행위를 밝히는 관건이 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산중공업에서 일하다 지난해 8월 해고된 임명섭(47)씨는 “노조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이유로 잔업, 특근을 거의 못했다. 관리자로부터 ‘위에서 당신은 특근을 주지 말라고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 자료는 어젯밤 처음 봤지만 회사가 이런 식으로 관리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노동부, 국회 환경노동위, 국가인권위, 시민단체 등에 이 자료를 전달했고, 검찰수사도 의뢰할 방침이지만, 노동부는 아직 압수수색 등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최병훈 노동부 노사정책국장은 “자료 내용이 실제로 행해졌다면 부당노동행위 소지는 많지만 확인해 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노동계쪽은 이번 문건 속에 두산의 노조에 대한 강경대응이 정부와 교감 아래서 이뤄진 듯한 느낌을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점과 관련해 이런 노동부의 ‘미온적’ 태도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공개된 자료 중 두산중공업 노조의 파업이 진행중이던 지난해 6월1일 사장 주재회의 내용을 기록한 회사 간부들의 업무일지에 “두산이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으로 이번 기회에 문제 해소: 정부 관계부처의 의견”, “정부에서도 이번 기회에 손을 봐주라는 입장, 제발 비밀로 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두산중공업의 노조 무력화에 정부와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하라는 정부의 입장을 사측이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렇듯 사태가 악화일로를 치달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두산 문제는 노무현 새 정권 노동정책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 당선자는 “회사가 포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적 견해를 밝혔지만, 두산쪽은 당선자의 입장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며 노조에 대한 기존의 강경태도를 유지할 방침임을 거듭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박민희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