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이후 노동현장은 노동강도가 강화되었고 이에 따라 너무도 당연하게 산재사망사고와 중대재해 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업활동만을 원활히 해주겠다는 이유 하나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각종 산재예방 관련 조항을 기업규제완화라는 차원에서 삭제 및 하향 조정하였다. 이로 인해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된 이 시점에서도 산업현장의 산업재해예방체계는 계속 와해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노무현 당선자의 취임을 앞둔 이즈음 사회 각 분야는 활발히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모색하고 있고 노무현 정권에 대한 서민, 노동자의 기대 또한 그 어느 정권보다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산재예방정책이나 산재감소를 위한 정책들은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문제점조차도 검토되지 않고 있어 일선 노동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 업무를 맡은 실무자 입장에서는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노무현 당선자의 산업안전보건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의 공약은 2006년까지 산재 율을 절반으로 감소시키겠다는 거창한 목표만 있을 뿐 산재감소를 위한 구체적인 산업안전보건정책은 없을 뿐만 아니라 돈만 퍼부으면 산재가 예방된다는 단순한 논리로 산재예방기금 출연율을 5%에서 8%로 상향조정하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을 뿐이다.

아울러 종합위험관리시스템의 가동, 중대사고 예방센타의 주요공단설치 등을 주장하고 있으나 지금처럼 고용불안이 심화되면서 사업주에 의한 능동적 산재은폐 뿐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 산재보험 적용 받기를 꺼려하는 피동적 산재은폐가 만연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그야말로 공염불에 불과한 공약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산업안전보건정책이 예전처럼 경제개발 위주의 정책에 종속되어 입안되고 정책의 목적과 방향이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정부의 산업안전보건정책은 산업현장의 노동자 산재예방 장치로써 절대로 작동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주체의 지위와 체계에 있어 정책의 일관성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없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사업장내와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적 정책차원에서도 산업안전보건의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할 실질적인 주체와 그 역할의 틀을 만들지 못하고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 정권은 국민 전체의 건강과 행복권의 추구라는 차원에서 뿐 아니라 산업현장의 노동자와 그 가족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중시하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산업재해를 대폭 감소시킬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서민과 노동자의 기대 욕구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 산업안전보건정책의 가장 핵심적 문제는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의 보장은 사업주와 국가에 그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산업보건정책 수립의 주체가 되어야 할 노동자 참여가 철저히 배제되어 있어 제대로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단지 결정된 정책에 형식적 참여로만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사업주의 역할과 책임을 보다 강화하고 산업안전보전 정책 수립 시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권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산업안전보건 정보의 접근성 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하며 정잭결정 과정의 공개와 함께 노동자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노총 산업안전본부 김순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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