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 참여문제는 민주노총 내부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민주노총은 지난 5년 동안 노사정위를 철저히 외면해 왔다. 김대중 정부 초기 노사정위 참여문제로 조직적으로 큰 홍역을 치른 데다 이후 제기되는 현안 등과 관련해 정부와 빈번히 충돌하면서 노사정위 참여는 정부정책에 대한 동의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은 민주노총 내에서 노사정위에 대한 언급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

대신 민주노총은 중요한 노동현안에 대해선 노정 직접교섭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렇지만 노사정위를 우회하는 노정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완강했고 민주노총은 노정교섭의 빈 공간을 장외투쟁으로 메워오면서 대 정부 교섭창구의 필요성을 절감해야 했다.

이처럼 노사정위 참여가 갖는 한계와 정부와의 대화통로 부재라는 숙제를 동시에 떠안고 있는 민주노총이 지금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민주노총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노무현 정권을 대면하기에 이르렀다. 노사정위에 관한 새로운 상이 제시되지 않은 속에서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참여문제를 직접 논의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지만 내부적으로는 대정부 교섭창구 마련이란 과제를 풀기 위한 논의에 탄력이 붙고 있다.

* 대의원대회 사전 토론회 '관심'

민주노총은 일단 11일 정기대의원대회에 "노정교섭, 노자교섭, 노사정교섭을 포함하는 총체적 교섭제도를 마련한다"는 기조 아래 "노정교섭과 노자교섭이 보장되는 조건에서 김대중 정권의 노사정위원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노무현 정권의 노사정위원회 개편안을 검토해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기구 참여문제를 결정한다"는 안을 상정해 놓고 있다. 노사정위 참여문제를 우회하는 대신 대정부 교섭기조를 확정하고 이후 '노사정기구' 참여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대의원대회에는 분임토의에 기초한 토론회가 배치돼 노무현 정권과의 관계설정 문제, 특히 대정부 교섭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따라서 결정사항보다는 논의 과정에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안건 성격상 노사정위 참여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사정위에 대한 입장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속산업연맹 한 관계자는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대정부 교섭과 관련해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핵심을 비껴 가는 '눈뜬 장님' 흉내를 내서도 안되고 목소리 큰 사람 의견이 중심이 돼서도 안 된다"며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진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사정위 참여에 대해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안건이 논의의 범위를 제한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한 단위노조위원장은 "산별교섭 등 노사정위 참여 전제조건이 법제화 문제를 비롯해 정부 의지와는 별개로 다양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노사정위 참여 전제조건으로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형식적으로는 노사정위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지만 내용적으로는 참여자체를 봉쇄하는 결정일 수 있다"며 "참여 속에서 조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사정위 참여가 대중투쟁의 포기로 인식돼서는 안된다"며 "투쟁과 교섭이 적절히 병행돼 제도개선이 관철돼 나갈 때 대중투쟁도 더욱 고양되고 현장에 대한 지도력도 확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여전한 이견들 공감 형성될지 주목

이에 대해 한 산별연맹 관계자는 "노사정위 문제는 지난 1기 때 이미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며 "노동계를 대변할 정치세력이 원내에 진출해 있지 못한 상황에서 노사정위 문제에 대해 사안별, 업종별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한계를 민주노총 내부 논란으로 비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 간에 충분한 인식과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다음 대의원대회에서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동문제 한 전문가는 "정부와 민주노총 모두 노사정위와 관련해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주노총이 이번 기회에 투쟁과 교섭을 병행하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사고해서 노사정위를 포함한 대정부 교섭과 관련한 문제의식을 충분히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와 관련해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민주노총의 의견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안을 내기는 어렵지만 노사정위 내에 산별교섭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업종별 협의회 구성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대정부 교섭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사고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두산중공업 분신사태와 2월 임시국회에서 주5일관련 근기법 개악 가능성 등 노정관계에 대한 악재들이 아직 많다"며 "투쟁과 교섭을 분리한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노정 신뢰회복을 위한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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