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은행의 비정규직 축에도 끼지 못하는 신분으로서, 다만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비정규직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입니다."

은행에서 용역직원으로 채용돼 근무하는 한 청원경찰(일반경비)이 금융노조 인터넷 홈페이지(www.kfiu.org) 비정규직란에 올린 글 중 일부다.

금융노조가 3만여명의 이르는 비정규직을 조직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금융노조 홈페이지에 이들 청원경찰의 호소글이 잇따르고 있고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열악한 근무조건과 한 달에 90만원을 밑도는 급여, 은행직원과의 각종 차별 등을 호소하며 '힘'있는 금융노조가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에서 용역 경비업무를 맡은 지 5년이 넘었다는 한 청원경찰은 "은행 근처 병원에 가면 간호사가 '은행 직원 아니냐'고 되물을 땐 할 말을 잃는다"며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직장을 갖고 싶다는 소망을 내놓았다. 의료보험증에 은행 대신 '○○기획'이라는 사업체 이름이 적혀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청원경찰은 "은행직원들은 우리 용역직 앞에서 급여의 3배 이상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한숨을 내쉬곤 한다"며 은행직원의 '속없음'을 꼬집기도 했다.

이들 청원경찰의 신분은 정확하게는 일반 경비로 청원경찰법에 의해 규정되는 청원경찰이 아니어서 이들의 노조 가입이나 결성에 따른 법률적 제약은 없는 상태다. 따라서 산별노조인 금융노조에 가입하거나 별도로 노조를 만들 수는 있지만 현실 여건은 만만치 않다.

비정규노동센터 한 관계자는 "각 은행별로 따로 파견된 용역업체 노동자들이 간접고용노동자노조를 결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금융노조 등 상급단체의 역할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춘호 기자(ych01@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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