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노조원 배달호 씨가 분신한 지 9일로 한 달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노사가 현안 문제를 놓고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갈등만 더욱 증폭되고 있다.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는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사원 가족들과 함께 ‘사원 아파트’ 주변에서 7일 촛불시위를 벌였다.

▶협상 상황= 두산중공업 노사는 배달호 씨 분신 이후 지난 7일까지 한 달 동안 6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해고와 징계, 손해배상, 가압류 등 쟁점 사항에 대해선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이자 고인의 유언이기도 한 징계철회 등 전반적인 사항을 포괄적으로 다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회사는 "장례절차와 위로금 문제만을 논의해야 한다"고 맞서 대화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7일 6차 협상에서도 '안건 상정'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다가 1시간 30분만에 대화가 중단됐다. 분신대책위 한 관계자는 "회사의 강압적 노무관리가 이번 사태를 불러온 원인인데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개선의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며 "매번 협상을 하지만 '안건'을 놓고 벌써 한달 째 공방을 하고 있어 회사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크게 진전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갈등 증폭= 배씨의 유가족과 노조를 상대로 시신을 옮겨줄 것을 요구하는 시신퇴거가처분 신청을 낸 회사측은 지난 6일엔 김창근 금속노조 위원장을 폭력과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다.

배씨 모친 이 아무개 씨도 지난 8일 금속노조 등에 대해 장례절차 방해 등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분신대책위는 "고인의 유서내용이 관철되기 전에는 시신을 옮길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한층 더 증폭되고 있다. 더구나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해고자 10명의 단식농성이 최고 30일, 구속중인 지회 간부 4명의 단식농성은 20일째를 맞는 등 장기화되면서 건강상태가 급속히 악화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분신대책위는 일단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그런 가운데 아침 홍보활동, 점심집회, 사원 가족과 함께 하는 촛불시위 등을 지속하면서 10일부터는 지역시민단체와 연대해 '전국순회투쟁단'을 구성, 두산불매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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