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노동현장이지만 이번엔 좀 웃을 수 있는 얘기로 시작해보죠. 혹시 명성이 높은 노조운동 지도자들이 물러난 뒤 무얼하고 있을지 궁금해 본 적 없었나요?

- 그러고 보니 몇몇 유명 인사들이 지금 무얼하며 지내는지 궁금하군요. 소식이 좀 있습니까?

* 복귀 후에도 '유명세' 여전

- 전교조 이수호 전 위원장이 원래 국어교사 출신이었다는 거 아세요? 지금 서울 ㅅ상고에서 10여년만에 다시 교편을 잡았다고 합니다. 평생 소원이던 교단에 다시 선 것은 감격스러운 일이지만 말이 10여년이지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실제 학교에서도 '유명세'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교육부 장관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거물급'이다 보니 동료교사는 물론 교장까지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해 한다는 후문입니다.

- 현장으로 돌아간 문성현 전 금속산업연맹 위원장도 비슷한 경우 같네요. 창원의 통일중공업으로 돌아간 문 위원장의 경우 회사측에서도 고된 작업을 시키기가 부담스러운 모양입니다. 또 노조의 경우도 워낙 노조운동의 대선배다보니 문 위원장이 노조사무실을 방문하기라도 하면 어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하더군요.

- 언론노련 최문순 전 위원장의 소식도 많이 궁금해 합니다. 어찌 보면 노동운동을 하기에는 가장 버거운 곳이 언론계인데, 꽤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하다 현장으로 돌아간 경우죠. MBC 기자 출신인 최 위원장은 업무복귀 후 현직 기자로서 열심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또 한 명의 유명인사가 얼마 전 현장으로 돌아갔죠. 정윤광 서울지하철노조 전 위원장 얘깁니다. 정 위원장은 89년 3·16 파업으로 해고된 뒤 노조가 지난해 12월 해고자 7명 복직에 합의하면서 13년만에 복직, 차량 파트에 배정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년이 얼마 안 남은 상태이고 재교육도 필요해 현재 일근직으로 일하며 보직 배치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합니다.

- 오랜만에 돌아간 현장에서 이런저런 일도 많은 것 같지만 그래도 거물급 위원장들이 퇴임 후 정치권이나 기타 다른 기관으로 적을 옮기는 것보다는 훨씬 보기 좋은 것 같습니다. 노조운동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습니다.

* 듣도 보도 못한 시신퇴거 신청

- 흐뭇한 소식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노동 현장은 여전히 싸늘한 편입니다. 두산중공업 분신사태가 벌써 한 달을 넘기고 있는데요. 최근 '시신퇴거 가처분 신청'이란 듣도 보도 못한 일이 벌어지는 등 해결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 고인의 시신이 어쨌든 회사가 소유한 사업장 내에 있으니 민법상으론 회사측 신청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워낙 사회적 파장이 큰데다 노사간 첨예한 사건인 만큼 법원이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시신퇴거 가처분 신청이라니 듣기에도 민망하네요. 실제 노동계에서는 '설마' 했다고 합니다. 한국적 정서로 볼 때도 그렇고, 회사측 잘못을 지적하며 유명을 달리한 사람에게 그런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겠느냐는 거였죠. 하지만 결국 일은 저질러졌습니다.

- 사측 분위기는 현장 관리자들조차 다른 정책건의를 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결국 박용성 회장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지적이 높더군요.

- 박 회장이 보다 대국적 안목으로 노동자를 껴안고 가는 해결책을 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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