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와 노동계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될까. 이제 한달도 채 남지않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갖게되는 궁금증이다. 노동계 안팎에선 "이전 정권과는 달라질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정권의 근본 한계를 지적하며 기대할 게 없다는 주장도 있다. 새 정부와 노동계가 어떤 관계를 설정하게 될지를 3회로 나눠 전망해 봤다.
① 민주노총(2월4일) ② 한국노총(2월5일) ③ 당선자측(2월6일) <편집자 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이제 그동안의 작업을 정리해야 할 단계에 들어섰다.

조만간 새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내놔야 하는 지금, 새로운 노-정 관계 정립을 위해 어떤 접근을 시도할까.

*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새 정부 노동정책은 주5일 근무제 등 제도개선과 노사정위 강화 두 축을 중심으로 설명할 수 있다. 두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향후 5년의 노사관계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당초 노 당선자는 공약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밝혀왔다. 주5일 근무제 조기 실시, 공무원노조 허용, 비정규직 차별해소 등 현 정부에서 풀지 못한 주요 제도개선 과제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여왔고, 다른 한편으론 민주노총의 참여를 염두에 둔 노사정위의 위상 변화를 통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을 지켜볼 때 그렇게 만만치 않은 듯하다.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핵심인 민주노총과의 관계회복이 말처럼 쉽지 않은데다, 여소야대 등의 주변여건으로 인해 주요 제도개선 과제의 국회 처리도 낙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수위는 민주노총에 공을 들여왔던 게 사실이다. 공식, 비공식적으로 수차례 민주노총과의 접촉을 시도했고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노사정위와 관련해서는 민주노총이 구상하는 노사정위 위상과 역할에 대한 대안도 물었다. 이와 관련해 인수위는 민주노총에 공을 넘긴 상태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재 민주노총은 노사정위 참여 문제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주 초에 있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앞으로 나올 정부안을 보고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로에게 공을 넘기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인수위가 구상했던 노-정관계에 '삐걱' 소리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인수위는 민주노총에 어떤 선물을 주는 방식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인수위 김영대 위원은 "과거 민주노총이 정부를 불신해 (노사정위에)불참했다면, (인수위가 아닌) 정부가 노력하는 방법밖에 뭐가 더 있겠느냐"며 "조건 없이 들어와서 요구해야지, 사전에 참여를 조건으로 한 협상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 인수위가 선택한 차선은?

그렇다면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참여는 당장 어렵다고 봤을 때 새 정부의 개혁적인 노동정책을 대표할 차선책은 무엇일까.

인수위는 제도개선 과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대략의 가닥이 잡힌 상태다. 현 정부에서 처리하지 못한 주요 제도개선 과제는 해결하겠다는 당선자의 의지가 강한 편이다. 주5일 근무제와 공무원노조법, 고용허가제라는 3개 과제는 2월 임시국회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실현가능한 것은 고용허가제. 이미 인수위, 노동부, 법무부는 지난 3일 오는 7월부터 고용허가제를 조기 도입하는데 합의한 상태. 중기협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기존의 산업연수생 제도와 병행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인수위는 관련 법안을 이번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함께 3월 강제출국 예정이던 불법체류자를 고용허가제 통과 이전에라도 우선적으로 구제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하는 등 정부차원에서는 걸림돌이 없는 상태다.

다음으로 가능성이 높은 것이 공무원노조법. 이와 관련해선 인수위, 노동부, 행자부가 협의를 계속하고 있으나, 행자부와의 의견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약으로 밝힌데서 보듯 당선자의 공무원노조 도입 의지가 강해 조만간 3자 협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주5일 근무제의 임시국회 처리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인수위측의 솔직한 입장이다. 최대한 임시국회 처리를 추진하겠지만 노사 의견 불일치, 한나라당의 소극적 입장 등으로 시원하게 처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비정규직 보호방안 과제는 한꺼번에 처리하기보다는 단계적인 처리를 고려하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추진에서는 한발 물러선 상태이나 사회보험 적용, 노동기본권 보장 등 시간을 두고 해결해 가겠다는 태도다.

* 현상유지냐, 신뢰회복이냐

이같은 경과를 볼 때 새 정부의 노-정 관계가 당장 큰 변화를 보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수위 내에서도 노사정위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는 데다 더구나 노사정 당사자 중 노사정위 강화를 요구하는 곳은 한국노총뿐이다.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으면 노사정위 강화론은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게 포진해 있는 상태다. 때문에 결론적으로 새 정부는 대화 파트너로 한국노총에 다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민주노총의 위치 설정에 따라 새 정부도 DJ정부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대립적 노-정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민주노총의 위치 설정에 따라 현재 민주노총 1, 2기 인사들이 주요하게 포진해 있는 인수위 구도도 새 정부에서 그대로 이어지리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그동안 노 당선자의 노동정책의 뼈대를 갖춰온 멤버들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바통을 이어받지 못할 경우 개혁성의 '후퇴'도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이밖의 영역에선 분명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기도 한다.

우선 정부부처 내에서 노동부의 위상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부처 내에서 노동 파트가 뒷전에 밀려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 노동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노 당선자의 의중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획일적인 기업별교섭만의 한계도 지적하고 있다. 기업별교섭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업종·지역별 교섭까지 중층적 교섭형태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교섭형태만이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노조운동 진영에 대한 변화 필요성도 적극 제기하고 있다. 최근 노 당선자나 인수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불거지고 있는 대공장노조 중심의 노동운동에 대한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이제 노동운동도 힘의 논리가 아닌 정책적 의견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에 대한 변화 요구만큼이나 노동계도 스스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그렇다면 인수위는 초반 개혁적 노동정책 방향에서 후퇴하는 것일까. 대표적으로 한껏 목소리를 높였던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수그러드는 모양은 이같은 의구심을 갖게 하기 충분하다. 그렇지만 인수위측은 이를 일축한다. 김영대 위원은 "새 정부는 대표적으로 비정규직이 차별받는 노동시장을 원하지 않는다"며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기존 공약의 훼손 없이 '꾸준한 개혁'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에서의 노-정 관계가 현상유지에 머물지, 아니면 신뢰회복으로 이어질지는 결국 개혁정책이 어떻게 추진되느냐에 따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연윤정 기자(yon@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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