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양대노총간의 만남이 있었다.

지금은 노무현 정부 출범을 앞두고 노동계와 신정부 사이에 관계설정을 놓고 탐색전을 벌이는 시기인 만큼 이들 만남은 향후 노정관계의 향배에 대한 몇가지 단서들을 제공하고 있다.

먼저 지난 15일 있었던 민주노총과 인수위와의 정책간담회에서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차별철폐,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5일근무제 도입, 사회보장 확충 등 10대 노동개혁과제를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인수위와의 만남에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향후 민주노총과 노무현 정부와의 관계설정이 순조롭게 이뤄지지는 않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기류는 노사정위 참여와 관련된 민주노총 내부 논의에서도 확인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번 중앙위원회에서 노사정위 참여와 관련해 이번 28일 임시대의원대회에 상정할 안건을 논의한 바 있는데, 안건의 내용에는 노정교섭을 통한 노동현안 해결, 노사교섭을 산별교섭 제도화, 노사정 교섭을 통한 주5일 근무제 등 국가적 노동현안과제 해결 등이 전제될 경우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사정위 참여를 논의하도록 하자는 안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쟁점의 성격으로 볼 때 인수위에서도 이들 요구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향후 민주노총과 인수위와의 대화가 순탄치 않을 수도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두산중공업 노동자 분신을 둘러싸고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연대투쟁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큰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금속산업연맹과 민주노총은 이번 분신사건을 계기로 손해배상, 가압류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어 노정대화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본다면 현재 민주노총과 인수위간의 대화에서 서로간에 전향적인 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민주노총이 당장 노사정위에 참여하는 등 안정적인 노정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노총과 인수위와의 관계설정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인수위에 한국노총 인사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느냐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애초에 인수위 구성 당시에 한국노총 출신 인사가 전문위원으로 임명이 되었으나 본인이 사임을 하면서 인수위와 한국노총 사이에는 전문위원의 임명을 놓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노총 내부에서는 전문위원을 추천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내부 논의를 한 결과 비공식적으로 인수위에 전문위원과 자문위원을 추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인수위와 한국노총 사이에는 한국노총 출신 전문위원을 임명할 경우 역할과 위상을 놓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인수위에는 민주노총 출신인사가 본위원과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한국노총으로서는 이 부분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이번 한국노총 인사의 인수위 참여 문제는 향후 한국노총과 노무현 정부와의 관계설정에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조흥은행 매각문제도 한국노총과 노무현 신정부간의 관계설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노총은 인수위원회와 조만간 정책간담회를 열기로 한 만큼 이들 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한국노총과 노무현 신정부간의 관계설정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신정부와 양대노총간에 어떠한 관계가 설정되느냐는 올 한해뿐만 아니라 향후 5년 동안의 노사관계 구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그만큼 현재 진행되는 인수위와 양대노총간의 탐색전의 결과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본지 편집위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