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투자하고 있는 일부 외국기업들은 북핵 위기와 반미시위가 장기화되면 대한(對韓) 투자를 일시 중단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또 올해 노사관계가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하고 새 정부는 노사 제도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OTRA가 17일 69개 주한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반미·북핵 사태가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상당수 기업들이 사업 차질을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은 이미 투자보류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사태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금융 분야에서는 미국계 S보험사가 당초 계획했던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10억달러 투자 계획을 보류했으며 향후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투자 시기를 결정키로 했다.

경기 어연·한산공단에서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미국계 기업 V사는 한국 거래기업들이 자사 제품 구입을 꺼릴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 투자 계획을 접었다.

이 밖에 E사는 ‘한반도 안보 불안’을 이유로 100만달러 상당의 PVC 패널 제조 합작투자 계획을 보류했으며 G사도 국내 반미정서를 들어 분당·백현지구 쇼핑몰 건설투자 계획을 일단 중지했다.

미국 수출입은행(EXIM) 자금으로 한국투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M사는 북핵 문제가 악화되면 대출심사기준 강화에 따라 투자계획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조사 대상 69개 업체 중 투자 보류가 확정됐다고 응답한 업체는 4곳이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황중하 KOTRA 투자유치팀장은 “외국기업들은 사태가 장기화되고 미군 철수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비화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한국 새 정부의 확고한 정책적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국제노동재단은 최근 국내의 외국인 투자기업 경영자 109명을 대상으로 노사관계와 경제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7.9%가 새 정부의 노동정책 과제로 ‘국제기준에 접근한 노사관계 제도의 개선’을 꼽았다고 밝혔다.

다음은 투명한 사업경영과 근로자 경영참여 지원(11%), 노동관계법 집행 및 노동행정의 중립성 강화(10.1%), 고용안정을 위한 직업훈련 및 일자리 창출(9.2%)의 순이었다.

올해의 국내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45%) 악화될 것(42.2%)으로 보고 있으며 노사관계 역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54.1%) 악화될 것(27.5%)이라고 응답했다.

이런 전망에 따라 올해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경영자는 23.9%였으며 나머지는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62.4%) 줄이겠다(6.4%)고 밝혔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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