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 씨가 분신사망한 지 14일로 엿새째. 이번 사태는 민주노총이 오는 16일 4시간 부분파업을 예고하는 등 노동계 동향이 심상치 않게 흐르고 있고 어쩌면 향후 노무현 정권의 대 노동계 관계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되리란 점에서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분신사망 사건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사망 엿새째가 됐건만 노동부나 두산중공업측에서는 문상은커녕 화환조차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현장에서는 착잡함을 금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는 소식이다. 창원 현지에 있는 본지 기자는 조합원들이 "노동부에서는 왜 안 오느냐. 와서 상황도 보고 뭐가 문제인지 알아 봐야 하는 거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더라는 얘기를 전했다.

노동부의 대답은 썩 시원하지 못하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 노동부가 화환을 보내면 다른 쪽(회사)에서 뭐라고 생각하겠냐"며 "내부적인 논의를 했지만 안 보내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현재로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사태가 다 수습되면 특별근로감독을 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방용석 노동부 장관은 평소 주변에서 "소신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친정인 노동계에도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 그래서 노동계에서 비난도 많이 듣는 '소신파'다. 바로 그런 소신을 보여야 할 때가 지금인 것 같다.

문제는 21세기에 한 노동자가 회사의 노동탄압을 이유로 분신자살을 했고, 전국적으로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노동부가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자기 회사 노동자가 '항의'의 뜻으로 자살을 했음에도 한번 찾아가 보지도 않는 회사측을 굳이 핑계삼을 필요가 있을까.

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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