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노무현 정부 개혁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노사관계에서도 노무현 정부의 노동분야 개혁정책이 어디까지 실현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집권초반기 개혁의 강도와 속도는 노사정 역관계를 결정하는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지난주에 인수위와 노동부가 비정규직에 대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적용에 대해 입장차이를 보인 것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주에 있었던 노동부의 인수위 보고에서는 굵직한 노동현안들이 다뤄졌다. 이중에서 주5일 근무제, 공무원노조, 외국인노동자 고용허가제 도입 등은 노무현 당선자의 공약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관련 정책에서는 인수위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었던데 반해 노동부는 기업의 연공급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획일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런 인수위와 노동부의 비정규직 정책에 대한 입장차이는 노사단체가 가세하면서 더 확산되기 시작했다. 당장 양대노총 등 노동계는 노동부가 노무현 신정부의 노동정책을 후퇴시키려 한다며 비판하기 시작했고, 경영계는 노동부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강제화하지 않겠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노동부를 두둔하고 나섰다.

이렇게 비정규직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된 것은 일차적으로 사안 자체가 안고 있는 중요성 때문이다.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할 경우 노동시장 전체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비정규직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이 논란이 된 더 큰 이유는 이번 사안이 정권교체기의 정책기조를 둘러싼 노사간 샅바싸움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샅바싸움에서 어느 쪽이 우세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책기조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뒤집어 본다면 노무현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노사정간의 역학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계는 이번 비정규직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 문제 처리 여부를 놓고 향후 노무현 정부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지를 결정하려 할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의 경우 노사정위 참여문제를 놓고 고민을 시작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인수위의 결정이 노사정위 참여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점은 경영계도 마찬가지다. 경영계는 노무현 정부의 친노동계 성향에 대한 우려를 안고 있긴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 대해 어떤 태도를 설정할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경영계로서는 이번에 쟁점이 된 비정규직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 여부가 어떻게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정부에 대한 태도를 조절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비정규직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문제는 향후 노사정간의 관계설정의 작은 이정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두산중공업 노동자가 분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목숨을 걸고 주장을 해야만 하는 절박한 현실이 있었음을 부정해서도 안될 것이다. 최근에 불법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대응조치로 사용되고 있는 손해배상과 가압류는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합리적인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서도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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