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당선자가 공약하고 인수위가 검토하고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노동계가 강력하게 요구해온 정책이다.

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의 비중이 절반이 넘는데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과 각종 복지혜택에서 낮은 대우를 받아 억울한 점이 많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현실을 무시한 정책으로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사 모두가 피해를 보게될 것이라며 도입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무리하게 추진하면 기업은 추가 비용이 들어 경쟁력이 떨어지고 근로자 채용을 줄이게 돼 결국 비정규직 근로자 전체에게도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도입돼 실시된다면 노동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기간직 근로자를 공급하는 ‘근로자파견’ 시장은 설 땅을 잃게 된다. 또 다양한 고용형태가 없어져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불러올 우려가 크다는 게 사용자 측 주장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주장이 나온 계기가 된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비중에 대해서도 노동계와 사용자측은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노동계는 국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한국 노동시장은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근로형태별 취업자 통계에서도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의 비중은 지난해 11월 기준 52.2%로 절반이 넘는다.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를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로 부른다.

인수위는 통계청의 통계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기업들은 통계청의 통계에 사실상의 자영업자와 5인 이하 사업체 근로자 대부분이 포함돼 있어 허수가 많다고 주장한다. 경총은 한국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30% 미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노동의 경직성이 높은 국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자총연합회 이동응(李東應) 정책본부장은 “동일임금 동일노동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노동시장에서 채용과 해고가 어려워져 경직성이 높아진다”면서 “노사 관계는 기본적으로 기업과 근로자의 계약자치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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