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다음은 누구일까? 현대자동차 계열분리 결정으로 현대 문제의 가닥이 잡히면서 재계가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문제로 정부의 힘이 소진된데다 새로 입각한 경제팀의 면면으로 볼 때 재벌개혁 정책이 약화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기조나 주변 여건으로 볼 때 재벌개혁 압박은 계속되거나 오히려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질질 끌어온 현대문제로 경제전반의 불안감이 가중돼 정부의 개혁 이미지가 퇴색한 듯한 상황에서 자칫하면 경제정책의 `레임덕'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어 재벌개혁의 고삐를 늦출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6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 삼성, LG, SK 등 4대 그룹의 부당내부거래 및 2,3세 소유의 벤처. 분사기업을 통한 변칙상속.증여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대그룹들은 현대 다음으로 자신들이 개혁의 `도마'에 올라 오너의 지배구조 문제 등 직격탄을 맞을까봐 긴장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장남재용씨에 대한 변칙상속 의혹, LG의 경우 구본무회장의 비상장사 주식 고가매입 의혹 등 재벌개혁 정책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는 약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재계는 이같이 현대 이후 자신들에게 화살이 날아올 것에 대비, 벌써부터 유동성 확보 또는 지배구조 개선 등 자구방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왔다.

삼성은 사상최대의 순이익을 바탕으로 수조원대의 유동성을 확보해놓고 있고 LG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등 정부의 입맛에 맞는 지배구조 개선방안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 대그룹 관계자는 "현대문제 때문에 다른 대그룹의 이미지도 같이 나빠져 정부의 개혁 칼날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며 "현대의 경우 유동성 문제가 있었지만 특별히 기업경영에 문제가 없는 다른 대기업들에 대해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압박을 가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다른 대그룹 관계자는 "현대를 상대로 고전한 정부가 이제 어떤 방식을 택할지 관심"이라며 "재벌 개혁정책을 강행하기 보다는 시장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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