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희 한국노총 상담국장

Q> 1999년 농어촌진흥공사와 각 농지개량조합 및 농지개량조합연합회가 통합해 농업기반공사 및 농지관리기본법에 의하여 설립된 농업기반공사는 종전의 각 단체의 자산을 포괄승계 했다. 통합되면서 실시된 퇴직금중간정산 절차에서 공사측에서 단체협약에 따른 퇴직금 제도를 개정한 예산안 편성을 하지 아니하여 당해 공사의 근로자들은 단체협약에 근거하여 퇴직금 차액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에서는 "구 농지개량조합법 제54조 예산안에 관하여 총회의 의결 및 농림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보아 노사가 자율적으로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부정했다. 여기서 공기업의 노사관계에 대해 각 특별법 규정으로 단체교섭의 범위나 단체협약의 효력을 제한할 수 있는가.

A> 현행 헌법 제33조에서는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에 관한 집단적 교섭을 보장하고 있을 뿐, 공기업 등에서의 노사관계에 대해 노동3권을 제한하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 다만, 노동3권을 제한 받는 근로자로 헌법 제33조 제2항과 3항에 "공무원과 방위산업체 근로자"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부분적으로 공익적 성격을 갖는 공기업의 근로자들은 공무원, 방위산업체 근로자와 달리 노동3권을 완전히 보호받는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별도의 법률에 의하여 노동3권 특히 단체교섭권이 제한되거나 노동법 법리의 적용을 제한 받고 있다.

특히 농업기반공사에서 단체협약에 기한 퇴직금 청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정부출연기관 관련 법률에서 임직원의 근로조건을 주무장관의 기준에 따라 이사회 등이 정하게 하고 있으며, 예산은 주무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규정을 내부규정으로 보지 않고 단체협약 자체의 효력을 제한하는 효력규정으로 보아 노사가 협약자치원칙에 따라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주무장관이 임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한편,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기본권인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의 효력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첫째, 노동3권을 제한하겠다는 입법자의 의사가 법문상 명백히 드러나 있어야 한다. 둘째, 당해 법인 자체의 성격이나 제공하는 직무의 성질상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을 제한할만한 공익성이 있어야 한다. 셋째, 이러한 공익성을 이유로 단체교섭권을 제한하는데 있어 합리적인 수단이어야 한다. 넷째, 노동3권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그 법인의 공익성에 비추어 타당한 범위 내이어야 할 것으로 기본권의 최소제한원칙과 본질적 내용 침해금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에 위반하는 법률은 입법재량의 남용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단체교섭 당사자로의 사용자성은 부인하면서도 법적 효력이 없는 법률을 제정하여 노사간의 자율적 단체교섭에 간섭·지배하고 있어 사실상 공공부문의 사용자는 적법한 단체교섭권자 또는 단체협약 체결권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해 사용자 개념의 확대와 노조법상의 사용자와 불일치하게 되는 모순을 갖게 된다.
법원의 판례대로라면 정부는 공공부문 노사관계에서의 사용자성이 인정돼야 하고,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서 교섭석상에 나와야 할 것이다. 최근 법원의 판결은 '공공부문'의 단체협약 보호를 위한 별도의 장치를 두지 않은 채 그 효력여부를 감독관청의 승인에 두어 노사 자율성을 침해하고 노사간의 단체협약의 효력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는 헌법에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공공부문'이라는 이유만으로 합리성 없는 제한을 가하는 것은 일반원칙에 반하는 기본권의 침해라 할 것이며,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목적의 타당성, 수단의 합리성, 목적과 수단의 비례성을 배제한 특별법을 효력규정으로 해석해 적법한 단체교섭권이 형해화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법원의 판단은 노동3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판결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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