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의정부, 강남 성모병원으로 구성된 가톨릭중앙의료원(CMC) 파업이 지난 25일 노조의 전격적인 업무복귀 선언으로 217일만에 일단락됐다. 노조는 성탄절 2박3일 노숙투쟁을 마지막으로 사태 해결을 촉구했으나, 가톨릭은 끝내 '침묵'했다.





"할 수 있는 투쟁은 모두 했습니다. 그런데도 병원은 가장 기본적인 대화조차도 나서지 않더군요." 노조 지도부는 더 이상 파업을 지속해도 병원은 움직이지 않고 조합원들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판단으로 어렵게 파업중단을 결정했다. 그러나 징계, 무노동무임금, 고소고발 등 현안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7개월 넘게 CMC파업의 중심에 서 있었고 이번 업무복귀 결단을 내려야 했던 한용문 CMC 파업대책본부장을 만났다.

- 수배 상태인데, 이후 계획은.

"명동성당에는 본인말고 보건의료노조 차수련 위원장, 현정희 부위원장 등 수배자가 세 명이다. 향후 거취 문제는 논의해서 결정할 예정이다."

- 징계, 가압류 등의 문제 해결 방안은.

"병원이 원하는 대로 '선복귀' 결단을 내렸다. 탄압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전향적으로 노조와 대화에 나서 현안을 해결할지는 모두 병원에게 달려있다. 가톨릭 정신이 무엇인지 모두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다만 비상식적인 탄압이 계속된다면 새로운 지도부(직무대행)를 중심으로 적극 대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사갈등은 내년까지 지속 될 수 있다."

- 업무복귀 결정에 대해 마지막까지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반응은.

"힘들고 아쉬운 마음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나?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은 만큼, 파업 투쟁이 현장 투쟁으로 방법만 바뀐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도 패배감보다는 힘있게 마무리하자는 결의를 했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이 간부 못지 않은 수준으로 성장했다. 한 노조에 400명의 간부가 있는 데 걱정할 게 없다고 본다. (조합원들을)믿는다."

- 이번 파업을 놓고 9월 이전에 교섭이 진행될 당시 지도부가 결단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지적되는데.

"노조 지도자라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양보를 하면 병원은 조금 더 양보를 원하고…. 조합원들이 단식으로 쓰러지고 로마(교황청)까지 갔는데도 대화조차 나서지 않았던 병원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쉬움도 있지만 사안마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했다."

한 본부장은 애초 노조에 관심도 없었던 조합원들이 의식 있는 노동자로 성장한 게 이번 파업의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또 업무복귀 뒤, 먼저 복귀한 조합원들과 갈등에 있어서도 조합원들이 힘들겠지만 똑같은 CMC노동자로 인식,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막상 최종 결정을 하고 보니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습니다." 7개월 파업 동안 두 번이나 머리를 삭발하며 조합원들을 이끌었던 한 본부장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공'은 병원으로 넘어갔다. 7명 구속, 573명 징계위원회 회부, 23명 해고, 무노동무임금, 15억원 가압류, 고소고발…. 지난 9월 11일 경찰투입 이후 단 한번도 대화에 나서지 않았던 가톨릭중앙의료원(CMC)이 노조의 업무복귀 이후 이들 현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CMC 노무담당 관계자는 "30일 (조합원들이)복귀하면 정초에 노조를 만나 현안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지금은 징계, 고소고발 등 아무 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 한편, 7개월여 동안 이번 파업을 이끌면서 사실상 비상체계로 운영돼 온 보건의료노조의 정상화와 CMC 후속대책, 그리고 여전한 목포가톨릭, 한라병원 장기투쟁 등 숙제는 이제 새로 선출된 보건의료노조 3대 윤영규 집행부가 풀어야 할 몫이 됐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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