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당선은 향후 경제계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노 당선자는 후보 시절부터 “공정경쟁과 투명한 시장질서를 위해 재벌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재벌의 불합리한 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경제위기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노 당선자가 말하는 재벌개혁이란 ▲재벌계열 금융기관에 대한 계열 분리청구제 도입 ▲상속·증여세의 완전한 포괄 과세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의 조기 도입 ▲출자총액 제한,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 금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삼성·LG·SK 등 대기업들은 겉으로는 “DJ정부의 정책이 유지되는 것이고 기업 투명성도 크게 개선돼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재벌개혁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출자총액 제한제도의 경우 재계는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다양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노 당선자측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고 문어발식 확장을 방지하려면 이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집단소송제는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이 노 당선자측의 입장인 데 비해, 재계는 “남소(濫訴)의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일단 소송이 걸린 기업들은 대외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며 도입에 극력 반대하고 있다.

세금도 노 당선자는 편법적인 상속·증여를 막기 위해 유형별 포괄주의를 완전 포괄주의로 바꿔 과세 범위를 높이겠다는 생각인 반면, 재벌들은 이 제도가 실시되면 오너들이 장악하고 있는 의사결정권과 기업지배권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상무보의 삼성그룹 회장직 승계 등 재벌들의 후계자 상속 작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손병두(孫炳斗) 전경련 부회장은 “재계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개혁을 통해 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 측면에서 크게 발전했다”면서 “따라서 재벌개혁은 감시기능이 크게 강화된 시장에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재계는 아울러 노 당선자가 주5일 근무제의 우선 시행, 노동유연성을 높여주는 비(非)정규직 증가에 대한 우려 표명 등으로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조 쪽에 편향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崔弘?기자 hschoi@chosun.com )


◆노무현 당선자의 재벌개혁 공약
-------------------------------------------------------------------
공 약 명 분
-------------------------------------------------------------------
재벌 금융기관에 대한 계열분리 대기업의 금융지배로 인한 폐해 차단
청구제 도입

상속·증여세의 완전 포괄과세 편법 상속과 불법에 의한 탈세 방지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조기 도입 증권시장 투명성 증대와 대기업
지배구조의 획기적 개선

출자총액제한, 계열사간 시장에 의한 감시기능이 확립될
상호출자 금지 등 기존 규제의 때까지 지속
유지
-------------------------------------------------------------------


◆상속·증여세 개혁/ 모든 증여거래에 세금 매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측은 상속·증여세에 대해 ‘완전포괄주의(包括主義)’를 도입할 방침이다. 당선자측은 또 금융재산가에 대한 과세강화를 위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점을 현행 4000만원에서 하향조정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현행 세법은 과세대상이 되는 부의 변칙적 거래를 13가지(2003년 시행예정분 포함)로 규정하고, 이것과 유사한 거래에도 세금을 매기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일부 재벌 2세들이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 사용한 전환사채(CB)의 저가발행 후 낮은 가격에 인수하는 행위도 증여로 간주하고 중과세하고 있다.

그러나 노 당선자측은 최근 일부 재벌들이 이 13가지 유형에서 벗어나 ‘파생(?生)금융’ 등을 이용한 신종기법으로 재산을 물려받는 사례가 있다고 보고, 모든 증여거래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효석(金孝錫) 민주당 제2정조위원장은 “현행 세법에 규정된 13가지 유형이 대부분 증여거래를 커버하고 있어 ‘완전포괄주의’가 이미 채택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하지만 ‘완전포괄주의’ 원칙을 보다 명확히 함으로써, ‘존경받는 부자’가 나오는 풍토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측은 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기준(금융소득 4000만원 초과분)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 과세기준점을 낮추는 것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과세기준점을 낮추면 오히려 세수(稅收)가 급감할 수 있다는 재경부의 신중 의견도 있다.

(朴用根기자 ykpark@chosun.com )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