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이번 대선에서 얻은 3.9%(95만7천표)의 득표율을 보수정당 일색인 한국의 정치지형을 서서히 무너뜨릴 수 있는 원동력으로 평가하고 있다.당 분위기도 100만표 수준의 득표 달성으로 노동자·농민·서민을 대변하는 진보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는 자부심으로 고무돼 있다.

권영길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노당이 받은 표는 우리 정치를 새롭게 바꾸어달라는 보통 사람들의 열망”이라며 “이제 보통 사람들이 뿌린 희망의 씨앗으로 참 정치를 이뤄내는 정치혁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구체적으로 가계부채·주택·상가 등의 민생현안을 접수하고 해결을 추진하는 ‘민생보호특별위원회’를 중앙당과 각 광역지부에 설치하고,부유세 도입과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위해 국민투표를 추진할 국민운동본부를 발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노당의 이런 움직임은 대선 과정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차기 총선을 고려한 장기적인 포석으로 보인다.

민노당이 지난주 한 여론조사전문기관에 의뢰해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민노당은 매우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조사에서는 민노당이 차기 총선에서 11.8%의 득표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치가 나왔다는 것이다.이는 대선 득표율의 세 배에 이르는 높은 수치다.

또 조사대상자의 70.7%는 대선 기간 동안 권 대표의 텔레비전 토론 등을 접한 뒤 “민노당을 좋게 생각하게 됐다”고 응답했다고 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현재 위헌판결을 받은 국회의원 비례대표제가 당 득표율 비례에 따른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바뀔 경우 민노당은 차기 총선에서 최소한 4~5석을 얻을 수 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민노당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이 개정될 때까지 촛불 시위를 계속하고,민주노총·한국노총과 함께 근로기준법 개악안 등 노동법 개악저지 운동을 벌이면서 선명한 노선으로 차별적인 정당 이미지를 확산시켜 나가기로 했따.

민노당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의 관계 설정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권 대표는 이날 “노 당선자 본인이 개혁 후보를 표방했으므로 당연히 개혁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기대섞인 주문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 민감한 노동 현안에서는 새 정부와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실제 민노당의 유덕상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노 당선자가 이날 오전 노동시장 유연화 문제를 언급하면서 일부 대형 노조에 대해 비판적 언급을 한 데 대해 “정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이날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에 어긋나지 않게 당내 정치력을 모아가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 제도권내 유일한 ‘선명야당’이 되기 위해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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