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노동문제를 잘 안다는 노무현 당선자. 그러나 노·사·정 관계자들은 20일 일제히 축하 인사를 보내면서도 마음은 좀 복잡한 듯 보인다.
노동계의 경우 현 정권과 차별성이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노동현안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 노동계 "우려반 기대반"

금융노련 김기준 정치위원장은 "민주당 속성상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며 "우선 약속한대로 정치개혁과 조흥은행 매각건 등 주요 노동현안에 대해 노동계와의 대화를 충실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투노련 장대익 위원장은 "공공부문의 경우 고용불안 탈피, 노조 경영참가 등이 정부차원에서 고려됐으면 좋겠다"며 "공약대로 노사정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새 대통령이 관심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올 한해동안 철도 민영화 저지 투쟁을 벌여온 철도노조는 "민영화 일정 유보와 사회적 합의에 근거한 재논의 약속을 지켜달라"며 "2.27 노정합의에 입각해 철도구조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축하 인사와 함께 "당장 내년 초부터 주요 노동현안을 놓고 노동계와 정부가 큰 격돌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며 "단병호 위원장 석방, 비정규노동자 보호, 노동시간단축, 경제특구·공기업 민영화 재검토, 공무원 노동3권 보장, 한미소파 전면개정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또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국장은 "카톨릭중앙의료원이 장기파업을 벌이는 것은 직권중재제도, 사용자의 전근대적 노사관 때문"이라며 "새 대통령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며 노동현장을 아는 대통령이 돼주길 희망했다. 금속산업연맹 전재환 수석부위원장은 "김대중 정부가 그동안 노동자 배제정책을 써 왔는데 새 당선자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재계 "경제안정 및 노사자율"

반면 재계의 경우는 새 당선자가 노동계 친화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점을 고려해 노동정책에 있어 법과 원칙, 시장경제 질서를 강조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경제회생으로 경제성장을 통해 삶의 질 개선이 돼야 한다"며 "또 노사관계를 정치적 타협이 아닌 노사자율과 경제원리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차기 정부는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키 위해 노동법과 제도에 전면개혁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더 이상 노동문제가 경제성장과 외국인 투자유치, 금융·공공·기업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개선이 되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노동현안에 대한 법과 원칙을 강조, 그는 "노동계의 불법·폭력 시위, 무노무임 무시 등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자가 돼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측에선 현 노동정책 기조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유지되면서 새로운 개선 작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 당선자는 노사관계의 안정과 동시에 경제안정, 주 5일 근무제, 공무원 노동기본권, 비정규직 보호방안, 고용허가제 등에 대한 제도적 정비, 그리고 실업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윤정 송은정 김소연 김학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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