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으로 선출되고 난 뒤에 비정규직노조와 장기투쟁 사업장을 돌아보니 할 말을 잃었습니다. 너무 어렵게 싸우고 있더군요. 그동안 자신이 참 편안하게 운동해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아자동차라는 대기업에서 노동운동을 해왔던 민주노총 서울본부 고종환 본부장의 말이다. 5개 비정규노조가 직가입해 있고 비정규직 담당 조직간부가 4명이나 되는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처지와 역할을 볼 때 대부분의 지역본부에 비해 비정규직노조·미조직 사업 중심의 지역본부라는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노조 출신인 고종환 본부장이 새로 취임한 만큼 그가 어떤 비정규직 사업은 펼쳐나갈지 주목돼 왔다.

취임 한달이 돼가는 고 본부장이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사업은 임단협 상황실 운영과 서울지역일반노조 강화이다. 임단협 상황실은 정규직노조의 임단협 투쟁 내용에 반드시 비정규직 관련 요구안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정규직노조의 비정규관련 임단협 투쟁을 파악, 지원하고 그 사례를 책자로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고 본부장은 먼저 서울지역부터 시작해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정식 사업으로 채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차노조에서 비정규직 소모임운동을 벌일 때 다짐한 "정규직이 연대할 때 비정규투쟁 승리를 가져온다"는 그의 결론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서울본부는 특수고용직과 간접고용직 등을 중심으로 직가입시키고 이들 노조를 각 산별연맹에 가입시키는 방식을 취해왔다. 반면 서울지역일반노조 강화계획은 일용직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소산별 형식의 노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신규노조는 물론, 현재의 직가입 노조들도 장기적으로는 일반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 본부장은 "현장에서 본 비정규노조의 단식농성 등 끈질긴 투쟁에서 감동을 느꼈다"며 "향후 비정규직 사업을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됐다"고 말했다.

1986년 기아차에 입사한 고 본부장은 94년 노조위원장 직무대행, 97년 위원장 등을 거친 뒤 기아차노조 비정규 소모임 운동을 벌여왔다.
김학태 기자(tae@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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