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노동기본권 보장 수준이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사용자 등의 쟁의권에 대한 협소한 이해 등은 여전히 국제적 기준에 미치지 못해 관련 조항들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동연구원과 국제노동기구(ILO)는 29일 여의도 63빌딩 엘리제홀에서 '국제노동기준과 한국의 노사관계'라는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열어, 이와 같은 내용으로 한국의 노동기본권 보장 수준에 대해 논의했다.

* 파업권에 대한 협소한 해석 문제

'노사자치 구현을 위한 제도·관행 개선방안'을 발제한 수원대학교 정인섭 교수는 "근로자들의 쟁위행위가 헌법상에는 높은 수준으로 보장되고 있지만 쟁의행위 판단기준과 책임부담에 대한 법적 해석과 관행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정교수는 "법과 제도가 쟁의행위 자체를 노사분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제적인 노동기준에 부합하도록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과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 교수는 특히 국제노동기준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정치파업과 동정파업(지원파업)이 무조건 불법으로 규정되는 데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의 경우 '노동자 전체와 조합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경제적 주요 정책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한 쟁의행위'도 정당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동정파업에 대해서도 '지지하는 대상의 쟁의행위가 정당한 경우에는 그 자체로 동정파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결사의 자유위원회 입장이다.

이와 함께 정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위법 쟁의행위에 대해 형사책임이나 징계가 엄정하게 부과되는 상황에서 새롭게 손해배상청구와 가처분명령 등 민사책임문제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이같은 법과 제도가 정당한 쟁의행위를 제약할 수 있다는 결사의 자유위원회의 우려를 환기시켰다.

* 산별노조 관련 사용자 인식전환 시급

산별노조와 관련한 두 번째 주제 토론에선 산별노조를 강화하기 위해 노조내부의 기업별 의식 해결과 사용자들의 반대 무마가 시급하다는 조사결과가 보고됐다. 또 기업별체계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노조법 체계의 정비도 해결 과제로 꼽혔다.

노동연구원 이주희 연구위원이 노조대표 586명과 사측 노무관리자 5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데 따르면, 노무관리자들 대부분(69.6%)이 기업별노조 체계를 선호하는 것과 달리 노조대표들 52%가 산별노조의 지부형태를 선호했다. 그러나 노조대표의 74.7%가 산별체계에서도 기존 노사협의회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하는 등 산별체계 내에서도 여전히 기업별 지부의 자율성 인정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산별노조 건설의 가장 튼 걸림돌에 대해선 노사모두 기업별노조의 무관심 및 반대(34.2%)와 사용자단체의 저항(33%)을 꼽았으며 기업별체계를 강화하는 법규정(17.9%)이 세 번째 이유로 꼽혔다.

이 연구위원은 "조사를 통해 산별로의 조직전환이 노동계의 주요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산별 이행기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산별노조 본조의 조직강화, 정책역량 강화를 통한 사용자들의 우려 해소, 노조법 체계의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제노동단체 등으로부터 폐지를 권고 받고 있는 필수공익사업장 직권중재제도에 대해 노동연구원 문무기 책임연구원은 "ILO의 권고에 따라 생존필수적 업무를 제공하는 사업만이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하도록 고치는 것이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며 "공익적 업무를 제공하는 사업에 대해서만 최소한의 업무를 유지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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