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연예인과 잡담하려고 시간 없다는 이유로 예정돼 있던 조흥은행 관련 질문은 취소한 거네요."

KBS, MBC, SBS 등 방송사에서 26일 저녁에 생중계된 이회창 후보 토론회를 보고난 뒤 금융노조 신현주 교육부장은 혀를 찼다.
당초 26일 오전 이회창 후보 토론회에서 조흥은행 매각과 관련한 질문시간이 배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단 1분의 TV출연 준비를 위해 하루를 투자했던 금융노조였다. 다음달 4일 전면 파업을 앞둔 금융노조의 입장에선 모둔 공중파 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는 유력 대선후보와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되는 만큼, 더 없는 홍보 기회하고 판단했을 법하다. 그래서 질문을 만들고 다시 뜯어고치기를 수 차례.

그러나 토론회 시작 몇 시간 전 갑자기 예정됐던 질문 순서가 취소됐다는 통보가 왔다. 이유는 당초 1시간30분이던 토론 시간이 1시간 10분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데 실상 이회창 후보는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한 이날 토론회에서 "술 먹고 필름이 끊긴 적 없다", "좋아하는 가수는 김건모다", "연애할 때 양다리를 걸치지 않았다" 등의 신변잡기 수준의 질의응답에 상당한 비중을 뒀다.

신현주 부장은 "애초 각본대로 진행되는 토론에 노동문제는 끼여들 틈이 없었을 것"이라며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이 후보에게 노동정책은 연예인들과의 잡담보다도 중요치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 아니겠냐"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이회창 후보 토론회 직전에 열린 권영길 후보 토론회에서 권 후보는 "조흥은행 매각은 노사정 합의사항을 어기고 외국 자본에 헐값 매각하는 것으로, 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춘호 기자(ych01@labornews.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