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맹은 지난해 산별노조특별위원회를 구성, 산별노조 건설을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사업의 하나로 연맹은 지난 10월말 조합원, 간부를 중심으로 유럽 산별노조 '탐방'에 나섰다. 이번 해외 연수에 참여했던 조귀제 실장이 외국의 산별노조활동을 보고 느낀 점을 보내와 싣는다. <편집자 주>

조합원 5명에서 3만5천명에 이르는 규모의 차이, 8개의 업종분과, 160개 노조로 구성된 공공연맹이 '다양하고 복잡함 속에서 어떻게 산별노조를 만들어야 할까?'는 고민을 안고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이번 연수는 100여 년에 걸친 유럽 산별노조의 운영실태나 정치세력화, 사회복지 등 주요 정책사업에 대한 현장조사를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공공연맹은 알찬 연수프로그램을 위해 사전에 산별학교에서 2박3일간의 집중 교육과 두 차례의 보충교육을 실시했다. 연수단은 산별학교를 이수한 동지 중에서 업종분과별로 추천을 받았고 20명이었다. 10월 23일부터 11박 12일간을 스웨덴-독일과 덴마크-네덜란드-독일로 나눠 산별노조 중앙이나 지역사무소, 혹은 현장지회를 방문하였다. 산별노조의 조직구조와 운영원리, 산별노조에 걸 맞는 정책, 교섭구조와 일상활동을 주로 살펴보았다. 사회복지국가라고 불리는 북유럽의 사회보장 정책, 노동조합과 정당과의 관계 등도 조사연구의 대상이었다.

정년을 앞둔 국제담당자가 오랜 산별노조의 역사만큼 여유 있는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가 짊어지고 간 질문과 의문을 풀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짧았고 방문할 곳은 많았다. '교섭이 결렬되면 파업을 하나?', '총파업은?'과 같은 질문에 스웨덴 노조 간부는 끝까지 '대화로 푼다'고 대답했다. 투쟁에 대한 질문이 쌓여갈수록 느꼈던 답답함은 연수가 끝나갈 시점에서야 겨우 풀릴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산별노조의 사회적 힘과 위상, 정당과는 독립되어 있지만 한 사회를 직접 운영하는 동반자로서 책임 있고 여유 있는 유럽 산별노조의 모습에서 우리는 투쟁과 파업에 관한 질문을 줄일 수 있었다.
흔히들 서구 산별노조가 너무 거대해져서 비효율적이고 관료화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우리가 산별노조를 지향하는데 우려된다고. 하지만 사회민주주의 질서 내에서 사회복지 확대를 위해, 남녀 평등을 위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결코 서구 산별노조의 장래는 어둡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우리가 걱정이다. 기업별노조야말로 기업 이기주의에 싸여 어용이거나 관료화되어 적당히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닌지 말이다.
이번 연수에서 방문한 10여개 노조 중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단연 독일의 통합서비스노조 베르디(Ver.di)였다. 5개의 산별노조가 모여 2001년 3월에 탄생한 독일 최대의 노조 베르디(조합원 280여만명)는 3년의 준비과정도 모자라 지금도 내용적 통합을 계속하고 있었다. 베르디는 다양한 업종 때문에 13개의 전문영역으로 교섭과 일상활동을 전개하고 4단계에 걸치는 지역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베르디 통합과정과 조직 운영은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되어 정체성을 고민하는 공공연맹이 눈여겨봐야 할 연구 대상이었다.

공공연맹은 11월 21일 연수결과에 대한 내부 보고회를 가졌다. 매일이다시피 머리 터지게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한국의 노동운동과 노조가 사회운영의 주체인 나라의 노동운동이 다르기에 산별노조도 우리 식으로 새롭게 만들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 사용자 단체를 구성하고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는 것 또한 엄청난 투쟁의 과정일 테니까.
온 몸 가득 담아 온 산별연수의 결과물이 살아 움직이게 후속 작업을 철저히 하자는 의견이 제출되었다. 연수단에 참가한 구성원들이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나 사람과 재정을 모으는 일, 정책 연구를 강화하는 등 실천방안들이 구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공공연맹은 평가를 바탕으로 해외연수가 한번의 행사가 아닌 산별노조 건설의 밑거름이 되고 활력소가 될 수 있게 조직할 방향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