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지난 95년 26위에서 99년 38위까지 꾸준히 떨어졌다가 2000~2001년 28위로 다시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노사관계의 국제경쟁력은 95년 25위에서 99년 46위로 떨어졌다가 2000년 44위, 2001년 46위로 정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노동자 동기 유발의 국제경쟁력은 지난 95년 6위였던 것이 99년 36위까지 급전직하하더니 2000년 33위, 2001년 32위로 제자리걸음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관계에서 노동자 동기 유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보다 사용자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노사관계를 저해하는 사용자쪽 요인에 대해 노동자와 노조는 1순위 경영정보 미공개, 2순위 위계적 의사결정 구조, 3순위 불합리한 인사·노무 관리, 4순위,군대식 기업문화·사용자의 권위주의적 태도, 5순위 노조활동 탄압과 반노조 정서 등을 꼽았다.

사용자쪽의 노사관계 담당자도 1순위와 2순위가 바뀌었을 뿐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이는 전반적으로 사용자가 노조를 기업 경제활동의 대화·협력의 상대자로 여기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 김훈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9월 발표한 한 회의에서 발표한 ‘21세기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정책과제(안)’에서 노사관계에서 경영계의 문제점을 크게 네 가지로 들었다.

여기서도 첫 손가락에 꼽힌 것은 ‘노조·노사관계에 대한 전근대적 인식’이었다. 사용자들이 87년 이전의 권위주의적이고 반노조적인 태도를 갖고 있고, 분배 협상 중심으로 노사관계를 본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태도에 대해 한림대 박준식 교수는 “소유경영자 중심의 ‘경영 중심주의’와 이를 허용하는 ‘기업지배구조’가 존재하는 노사관계 발전의 근본적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런 체제에서 종업원이나 소액주주는 경영의 동반자가 될 수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백순환 금속산업연맹 위원장은 사용자의 문제에 대해 “아직도 노조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고, 틈만 나면 없애버리려는 사용자가 많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업을 하려면 ‘당연히’ 노조가 있고, 노조와 함께 회사를 이끌겠다고 생각하는 사용자들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사용자들이 모두 이런 천편일률적인 모습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노동연구원의 배규식 연구위원은 한국 노사관계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사용자가 노동자나 노조를 정교하고 가부장적으로 통합하는 관계, 둘째 사용자와 노조가 갈등·타협하는 관계, 셋째 노조는 있으나 사용자 주도형, 넷째 노조도 없고 사용자 주도형, 다섯째 노조가 있고 사용자가 협조를 구하는 형 등이다.

이 가운데 삼성이나 엘지로 대표되는 첫째 모델이나 유한킴벌리나 에스케이텔레콤을 사례로 가리킬 수 있는 다섯째 경우는 경영이나 노사평화 면에서 보면 매우 효율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경우에 노조의 사회적 역할은 거의 미미한 상태다.

반면 민주노총 대규모 사업장들로 대표되는 둘째 유형은 경영 효율성이나 노사평화 면에서는 떨어지나 노조의 사회적 발언력은 매우 큰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엘지그룹의 이병남 부사장은 “아직도 대화없는 일방적 노사관계를 원하는 경영자가 있다”면서도 “21세기에는 노조와의 관계를 잘 풀어 조직원에게 보람을 주고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낙관적 태도를 보였다.

노사정위원회의 김훈식 전문위원은 “이제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일은 노동조합을 존중하고 협력을 구하는 것”이라며 “노사 협력을 위한 노력, 노동자에 대한 인력개발 투자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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