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은 한진관광노조 대한항공면세점지부가 회사측의 조합원 64명 집단대기발령에 반발, 대한항공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농성투쟁을 시작한 지 꼭 200일이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해 하루전인 15일 서울 서소문동 대한항공 면세점으로부터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선 집회가 열렸다.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다며 면세점 앞에서는 시위금지가처분 결정이 난 지 오래이다.
지난 5월 1일 대기발령을 받으면서 함께 투쟁했던 60여명 조합원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불법파견에 맞서 투쟁하는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서비스연맹 소속 노조, 민주노총 장기투쟁 사업장, 각종 시민사회단체 회원 50여명이 자리를 지켰다. 겨울해가 서녘으로 한참 기운 오후 3시,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지만 200일 투쟁현장을 지켜온 면세점지부 조합원들의 표정은 밝고 활기찼다.
"처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삼성생명노조 해고자들은 해고되고 나서 네 번째 맞는 겨울이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고 고개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서울면세점지부 유은경 지부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원직복직을 쟁취하고 말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1일 대한항공과 한진관광의 면세점 도급계약이 해지되자 면세점지부 조합원들은 대한항공에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투쟁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불법파견 판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지만 그냥 '판정'에 머물렀다. 부당해고구제신청과 관련해 서울지노위에서는 노사양측에 화해를 권고했고 노조는 대한항공이든 한진관광이든 고용보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법도어쩌지 못한 일을 노사자율교섭으로 풀기는 힘들었다.
유은경 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앞서 투쟁을 시작한 파견직 노조들이 파견법 앞에서 얼마나 고군분투해 왔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만 둘 수도 있지요. 하지만 너무 억울해요. 말도 안 되는 법도, 거짓말만 하는 회사도 점점 악이 받치게 만들고 그 악으로 투쟁을 계속 하는 겁니다."
시위대열의 맨 끝에는 방송사비정규노조 주봉희 위원장이 앉아 있었다. 2년 먼저 해고되고 파견철폐투쟁을 먼저 시작한 비정규노조 선배의 뒷머리에는 '파견철폐'라는 글자와 함께 '스마일' 표시가 빙긋이 웃고 있었다.
김학태 기자(tae@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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