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대 기업인 자동차 제조회사 피아트(FIAT)가 심각한 재정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구조조정 계획을 놓고 노조와 대립하고 있어 이탈리아판 '대우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와 피아트사는 최근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한편, 노동자 8,100명을 12개월 동안 무급 휴직시키고 공장 두 곳을 폐쇄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금속노조들(FIOM, FIM, UILM)은 "구조조정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오는 15일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노조들은 "정부의 계획은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뿐 아니라 100여개의 관련 회사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나아가 이탈리아 경제시스템의 경쟁능력마저도 점차적으로 소멸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정부가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경기부양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보수적인 내각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한편, 전체 산별 조합원들의 파업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독자생존 보다는 GM의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피아트가 대우자동차 처리 수순을 밟고 있어 향후 노사갈등이 더욱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피아트는 지난 70년대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걸어왔으며 올해에만 20억 유로(한화 2조4,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 이후에도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유럽의 경제전문가들이 피아트의 유일한 생존 가능성을 GM 인수에서 찾고 있으며 피아트도 2004년까지 GM과 인수협상을 벌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편 GM도 FIAT를 인수할 경우 최근 설립한 GM대우자동차와 소형차를 합작생산할 수 있어 인수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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