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 결과 노동자당 후보 룰라가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를 거뒀다. 세계 9위의 경제대국에 좌파정권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어렵사리 파업을 끝낸 보건의료노조 경희의료원지부의 한 조합원이 브라질 대선 결과를 지켜본 소감을 보내왔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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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를 가진 물체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안정을 이루는 상태를 '균형'이라고 한다. 임상에서 일을 하면서 자주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사람의 몸은 흙으로 빚어 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제조과정에 비해 너무도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오른손과 오른발이 있고 반대쪽에는 왼손과 왼발이 있으며 그 오른쪽과 왼쪽간에는 차이가 없이 인체의 균형을 이룬다. 만일 사고나 선천적인 문제로 어느 한 쪽의 기능을 잃게 된다면 인체의 균형은 깨지고 그 사람은 생활하는데 있어 큰 불편을 겪게 된다.

한달 전 120여일을 끌었던 장기파업이 끝났다. 그 긴 시간동안 나는 이 사회가 어느 한 쪽의 기능을 잃어 한쪽으로만 기울었다는 인상을 자주 받았다. 파업의 속사정에 대한 이해는 고사하고 객관적인 해석조차도 기대하기가 힘들었다. 정부는 중재한답시고 공권력을 밀어 넣어 다른 한 쪽의 소원만 들어주었으며, 그런 정부의 태도에 세상은 잔인하리 만큼 조용하기만 했다. 그렇게 파업은 나 자신과, 병원과의 싸움과 더불어 사회와도 싸움을 벌여야했다. 무엇이 문제였나.

이데올로기의 문제다. 우리 사회는 편향된 이데올로기의 희생자며 그 주체다.

무릇 오른쪽이 있으면 왼쪽이 있듯이 이 사회를 이루는 이데올로기 역시 오른쪽과 왼쪽의 목소리가 고루 섞여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소수에 의해 조장된 레드콤플렉스는 이 사회에 너무도 넓고 깊게 퍼져 있어 이 사회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국민 전체의 80%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좌파적 목소리는 쉬이 매장되어버리고, 오직 소수만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할 것만을 강요당하고 있다. 너무도 긴 시간을 세뇌 당한 탓일까. 그 80%는 철저히 희생당하고 있으면서도 말없이 또 그들을 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올해 브라질 대선 결과는 참 획기적이다. 2400억 달러의 외채, 10%에 육박한 실업률, 저조한 경제성장, 높은 범죄율과 부정부패, IMF라는 배경까지 어쩌면 이리도 우리나라와 닮았나 싶다. 변화에 목말라하던 브라질 국민들은 결국 올해 대선에서 좌파 정당의 손을 들어주어 노동자당의 룰라에게 60%가 넘는 지지율을 보여줬다. 브라질 첫 좌파 정부의 예고다.
연말 16대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요즘, 각 정당에서는 표를 끌어 모으기 위해 안달이다. 부정부패의 주체들이 나는 아니라는 듯 서로에게만 그 책임을 추궁하고 있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들을 또 내뱉으며 이번에는 바꿔보잔다.

불균형으로만 치닫고 있는 그들의 생각과 태도에 이제는 경종을 울려야 할 때가 아닐까. 정말로 변화에 목말라했다면 브라질 국민이 그랬듯 우리도 우리의 의지를 올해 대선에서 제대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불균형의 연속인가, 아니면 균형으로의 첫걸음인가.

벌써부터 대선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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