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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비정규직은 '2등 국민'인가" 통근버스, 헬스·샤워실조차 '차별'울산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한 노동자의 우울한 고백
그가 아직 울산 현대자동차 하청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몇 달 전, 울산에 출장을 내려갔다가 현대자동차 자동라인에서 하청작업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김아무개(28)씨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고향이 부산인 김씨는 군대에 갔다가 취직이 쉽지 않아 현대자동차 하청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하청 노동자로 일한 지 6개월이 조금 지난 상태였다.

김씨는 1차 하청으로 시급 2400원을 받고 일하고 있었다. 하청 노동자들도 등급이 있어서, 1차, 2차, 3차 하청으로 나눠어 있다. 1차에서 3차로 갈수록 50원~100원 사이로 시급이 조금씩 떨어진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작업은 주야 맞교대로 이루어진다. 주간근무일 경우에는 아침8시에 출근해 오후 8시에 퇴근을 하고, 야간 근무일 때는 저녁 9시에 출근해 아침 7시에 퇴근한다. 하루에 두 시간씩 잔업을 하지 않으면 손에 쥐어지는 돈이 너무 적다. 시급 2400원을 기준으로 하루 8시간 근무를 한다고 계산하면 기본급은 5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라 잔업과 주말 특근은 필수적이다.

"주간근무 할 때는 그래도 괜찮지만 야간근무일 때는 정말 몸이 견디기 힘들어요. 두 시간씩 일하고 휴식 시간을 갖지만 새벽쯤 되면 몽롱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게 되죠. 아침에 일 마치고 집에 와서 잠을 청해보지만 매번 찌뿌드드해요.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10시간을 자도 영 피곤하고."

그렇다고 야간 근무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다. 야근 근무가 힘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매월 받는 월급에 큰 보탬이 되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다.

김씨가 하는 일은 단순 작업이다. 그는 "라인에 서서 일하기 위해 1시간 정도만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하늘과 땅 차이지만 실제 똑같은 라인에 서서 일을 하고 있다. 오히려 비정규직의 업무강도는 정규직에 비해 훨씬 강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 있는 라인의 속도가 다릅니다. 정규직에게는 1시간에 16대의 자동차가 오지만 비정규직인 저에게는 1시간에 40대의 차가 옵니다. 그만큼 쉴 틈 없이 일해야 한다는 의미죠. 정규직은 여유 있게 일하면서 월급도 많이 받고, 우리는 정신없이 일하면서 시급 2400원 받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일할 맛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하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특히 이직률이 높다. 6개월만 버티면 하청직원들 가운데 고참급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와 함께 일하는 30명 하청 직원들 가운데 1년 이상은 5명, 6개월 이상은 5명, 6개월 미만은 20명이다.

"하청직원으로 일하는 직원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눠져 있습니다. 20대 초반 군대가기 전에 잠깐 거쳐가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20대 후반에 군대 다녀와서 취직이 쉽지 않아 잠시 머무는 사람, 마지막으로 40-50대 사이의 분들로 이 곳이 아니면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지요."

젊은 사람들 중에는 2400원 시급보다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배를 만드는 현대중공업 하청은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위험한 일을 하는 대신 현대자동차보다 시급이 높다. 사실 작업량이 많고 일이 힘든 것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함부로 대할 때라고 김씨는 말한다.

"정규직들은 하청 노동자들에게 무조건 반말을 합니다. 솔직히 기분이 많이 상합니다. 하는 일은 똑같은데, 아니 하청 노동자들이 훨씬 일을 많이 하는데 하청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는 거죠."

김씨는 자신이 겪었던 두 가지 경험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정규직과 하청은 작업복이 틀립니다. 하청은 하청회사 작업복을 입고 일을 하니까요. 한 번은 공장에서 일 마치고 나가려고 회사 버스를 타는 쪽으로 갔어요. 막 버스가 출발하려고 해서 뛰어갔습니다. 마침 제 앞에 현대자동차 작업복을 입은 정규직이 버스를 타려고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버스 운전사가 현대자동차 작업복 입은 정규직만 태우고 그냥 가버리는 거예요. 분명히 제가 버스를 타려고 뛰는 것을 봤을 텐데, 작업복을 보고 안 태워도 되겠다 싶어서 출발한 거죠. 정말 허탈했습니다."

샤워시설이나 운동기구 사용에도 정규직과 하청이 엄격하게 구분된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작업장 옆에 헬스시설과 샤워시설이 있습니다. 한번은 하청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와 헬스를 한 번 해볼 생각으로 그곳에 갔어요. 그런데 정규직 근무하는 분이 하청은 이용할 수 없다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하청이 와서 운동기구와 샤워시설을 이용하면 물건이 없어진다나요. 졸지에 저는 도둑놈 취급을 받았습니다."

이런 경험들 때문인지 몰라도 김씨는 계속 회사에 다녀야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정규직들로 구성된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저는 솔직히 노조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 권익보호가 중요하다고 말만 떠드는데, 노조가 직접 나서서 조합원들 소양교육부터 시켰으면 좋겠습니다. 하청들에게 반말하는 모습만이라고 고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씁쓸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많은 말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는데, 답답한 마음에 별 소리를 다 했군요. 그냥 푸념이었다고 이해해주세요."

박수원 기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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