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예년에는 이렇게 주변 산들이 단풍으로 곱게 물들 때면 노동계의 노동법개정 등반대회가 열리곤 했다. 그만큼 가을은 노사관계에서는 제도개선 쟁점이 주요하게 제기되는 계절이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정기국회에는 주5일 근무제, 공무원노조, 경제특구, 기업연금관련법안 등 굵직한 노동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되거나 제출준비중이다. 사안의 중요성만 놓고 본다면 하나 하나가 모두 메가톤급 위력을 갖고 있는 법안들이다. 그러나 이런 중요성에 비해 이들 법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언론에서도 주5일 근무제 법안 정도나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정도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먼저 살펴볼 것은 12월 대선정국의 흡인력이 워낙 강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언론의 1면 머릿기사를 장식하는 기사는 대부분 정치권 관련 기사이거나 북한핵문제 등 정치적 쟁점들이 대부분이다. 며칠 전에는 민주당 의원과 자민련 의원의 '한나라당 행'으로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들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 불참하면서 국회활동이 마비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대선을 앞두고 여야간의 대치는 점점 첨예해지고, 그 틈바구니에서 노사관계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는 가능성은 조금씩 좁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노사관계 관련 제도개선 쟁점의 또 하나의 특징은 추진하는 쪽은 정부이고, 노동계는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의 경우 노사 양측 모두 반대의견을 분명히 밝히고 있고, 공무원노조 관련법의 경우도 노동계는 공무원노동조합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정부법안을 반대하고 있다. 경제특구, 기업연금제 관련 법안의 경우도 노동계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렇게 정부가 추진하는 쪽이고, 노사양측 또는 일방은 이를 반대하는 형국이 되다보니 정부의 추진력은 중요해지고 있다. 반면에 집권후반기 현상으로 정부의 장악력은 점점 이완되면서 법안통과 여부도 불투명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노동계의 투쟁동력도 강한 돌파력을 보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양대노총이 주5일 근무제 쟁점 등에 대해 공조체제를 가동시키려 하고 있고, 각종 집회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투쟁강도는 그리 높아지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이 하반기 총파업 등 투쟁일정을 지도부에 위임한 것도 이런 투쟁동력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올해 하반기 제도개선 쟁점은 연장전으로 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