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은 물론, 국제사회에 다섯달 째 지속되고 있는 가톨릭중앙의료원 파업사태 해결을 호소하고 국제여론화 하기 위해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 대표단 10명이 21일 출국한다. 대표단의 일원인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홍종완 씨가 출국에 앞둔 심경을 담은 글을 보내와 싣는다. <편집자 주>



이제 우리 9명의 로마원정투쟁대원들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장기파업사태와 목포가톨릭병원 폐업, 부천성가병원을 비롯한 가톨릭 병원의 노조탄압문제 해결을 위해 장도에 오른다. 21일 파리를 거쳐 23일 바티칸에 도착할 예정이다. 만약 해결되지 않으면 성탄절까지 귀국하지 않고 싸울 각오를 안고 비행기에 오른다.


"하느님 저희를 도와 주세요!"
"가톨릭은 자성하라!"

십자가상 밑에서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 조합원들은 하느님에게, 성모 마리아에게 마지막 구원을 청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검은손의 폭력과 강제연행뿐이었다. 경찰난입을 요청한 일부 가톨릭 성직자들은 사랑과 평화를 포기하였다. 경찰에 끌려가면서 피눈물을 삼키면서 대화의지도 해결능력도 없는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참담함 그 자체였다.

그들은 신부가 아니라 폭력을 사주하는 사람들이었고, 경영자가 아니라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면서 해결불능상태로 만드는 파산자였다.

선량하게만 살아온 우리 일상생활이 어찌하여 폭력과 탄압에 맞서 싸우는 생활이 되어버렸는지 서글프고 답답하다.

환자 곁에서 꺼져가는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나이팅게일 선서를 실천해야 할 이 시간에 우리는 그릇된 관행과 억압에 맞서 진정한 의료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길거리에서 노숙을 해가면서, 식판에 밥을 담아 식사 자리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서성거리면서, 목숨을 담보로 한 단식농성을 벌이면서 우리는 새로운 결의를 한다.

정의가 서고,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가톨릭을 기대하며 우리는 바티칸을 선택했다.

한국 가톨릭사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천인공노할 노동자 탄압과 몰상식의 극치를 보여주는 파렴치한 행위, 대화할 수 없다며 문을 닫아버린 행위, 구속·해고·징계 등 범법자로 만들어버리는 탄압행위…. 경찰서·구치소가 되어버린 가톨릭중앙의료원을 하느님의 치유의 은총을 실현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새로운 기대를 안고 우리는 바티칸으로 간다.

어린아이들을 이용하여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고, 노동자의 생명과도 같은 임금을 볼모로 가정파탄으로 몰아붙이며, 교회법에서조차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직권중재라는 세속법을 앞세워 폭력으로 억압하려는 반가톨릭적 모습….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을 만들겠다는 결의를 안고 우리는 바티칸으로 간다.

단식자들이 쓰러져가고 있는 현실에서, 대화의 문이 굳게 닫힌 현실에서, 더 이상 한국의 가톨릭병원에서 우리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바티칸으로 떠난다.

마지막으로 신부님들에게 묻고 싶다.
"신부님! 우리가 사랑하는 가족이나 사랑하는 직원들이 아니라 탄압하고 무력화해야 할 대상, 말살해야 할 대상인가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뜻은 무엇인가요? 왜 저희들의 선택은 한국의 가톨릭이 아니라 바티칸 로마교황청이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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