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전임자도 출퇴근에 대한 회사 취업규칙이 적용된다는 대법원의 최근 판결에 대해 "노동조합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판결"이라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대법원(재판장 대법관 손지열)은 지난 달 28일 전 대전제일택시노조위원장인 박춘호씨가 낸 '징계해고무효확인'상고를 기각했다. 박 씨는 지난 98년 회사로부터 무단승무거부, 상습적인 무단결근, 근무태만, 부당태업 등을 이유로 해고된 이후 소송을 냈으나 지난 4월 패소한 뒤 대법원에 상고했던 것.

*노조전임자 사무실에 안 나오면 무단결근?

이번 사건에서 특히 쟁점이 된 노조전임자의 근태문제와 관련,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노조전임자라 할지라도 사용자와의 사이에 기본적인 근로관계는 유지되는 것으로서 취업규칙이나 사규의 적용이 전면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므로 단체협약에 전임자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거나 특별한 관행이 존재하지 않는 한, 출퇴근에 대한 사규의 적용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전임자의 경우 출근은 통상적인 조합업무가 수행되는 노조사무실에서 조합업무에 착수할 수 있는 상태에 임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만약 노조 전임자가 사용자에 대하여 취업규칙 등 소정의 절차를 취하지 아니한 것은 무단결근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노조전임자가 노조활동은 물론 대외 연대사업 및 상급단체사업도 담당하는 현실에서 일반 노동자들과 같이 출퇴근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노조탄압의 빌미만 주게 된다는 것이 노동계의 한결같은 얘기다.

이번 소송의 주인공인 박춘호씨의 경우에도, 해고 당시 민주택시연맹 부위원장, 대전지역본부장, 대전지역노조위원장, 제일택시지부장 등 4개의 직책을 가진 상태였다.

김창근 대전본부사무국장은 "노조사무실이 각기 달라 이를 오가면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근태불량' 주장은 사실상 노조 전임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또한 대법이 전제로 밝힌 '단협상 특별한 규정이나 특별한 관행'이라는 것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제일택시 단협은 전임자에 대해 3일만 승무하고 나머지는 노조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상급단체의 활동을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승무를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소위 '공제납부'라 하여 월급에서 미납분을 변상했으며, 사납금체제 하에서 이는 전혀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민주택시연맹의 주장.

*단협에 특별규정이라도 둬야 할 판

민주택시연맹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사납금 체제, 교대제 근무, 사외 근무 등 택시사업장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그저 황당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대법의 이같은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단체협약에 특별규정을 두지 않는 한, 이로 인한 노사분쟁이 재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노조전임자를 휴직중인 근로자와 유사하게 파악한 96년12월의 판례를 제외하면 대체로 대법원의 전임자들에 대한 태도는 이번 판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계는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자'라는 노동법상의 개념을 정작 대법관들이 제대로 이해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