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올 가을 들어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대졸 사원 채용에 나서고 있으나 경쟁률이 최고 200대 1 이상을 기록하는 등 구직자들이 느끼는 ‘체감 취업문’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향후 경기 호조를 비관해 내년엔 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대폭 줄일 것으로 전망돼 구직자들 사이에는 ‘올해가 막차’라는 생각이 팽배, 유례없는 취업전쟁이 벌어지게 된 것.

특히 서울 소재 일부 대학들의 경우 국내 유수 기업들이 장학금을 주며 ‘입도선매’할 정도인 반면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의 지방대학들은 찾는 기업이 없어 지방대생들의 취업 체감 온도는 영하권을 맴돌고 있다.

채용정보 업체인 ‘인크루트’가 지난달 528개 상장.등록기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의 64.2% 339개사가 4만2천792명을 뽑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하반기 채용규모 3만4천99명보다 25.2% 늘어나고 올 상반기보다 8% 증가한 것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이다.

그러나 몇년간 계속된 경기침체로 장기 미취업자가 많은데다 대학졸업생도 증가추세여서 일자리는 늘어도 취업문은 되레 좁아지는 결과가 빚어질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삼성전자 등 상당수 대기업이 경기흐름을 비관, 내년 채용을 동결 또는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밝힘으로써 취업 희망자들이 올해를 마지막 기회로 생각, 경쟁률이 높아진 때문이라는 것.채용 규모 축소 조짐은 이달 들어 벌써 가시화돼 채용정보 전문업체인 ‘리크루트’가 공정거래위 선정 상호출자 제한기업 집단 252개를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 희망 인원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엔 1만3천8명으로 나타났으나 이달 들어선 1만2천423명으로 한달새 4.7%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리크루트측은 “세계 경기가 경색국면으로 들어서자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기존 인력 재배치를 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대우전자의 최근 수시모집에서는 20∼50명을 뽑는데 무려 5천여명이 지원해 최고 20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고, LG-CNS의 지난달 공채에서는 250명 모집에 2만여명이 지원, 8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SK텔레콤의 지난달 공채에서도 100명 모집에 1만명이 원서를 제출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 전국적으로 4년제 대학 졸업생이 60만명에 이르지만 채용규모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인데도 불구하고 10만명 정도만 취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최고 취업률을 보여온 경북대 전자전기공학부조차 내년 졸업 예정자 350여명 중 취업이 확정된 사람은 50여명에 불과하고, 경북대.영남대.계명대 등의 일부 인문계열에선 졸업예정자의 90%가 계속 일자리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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