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창준위 발족시점 '주문' 담긴 입장표명 예정
민주노동당, 합당논의에 기대 있으나 추이는 관망세
한국노총 "창당 후 민주노동당 합당논의가 시발점"


오는 10일 창당준비위원회가 공식 발족하는 한국노총 독자정당(가칭 한국민주사회당)에 대한 외부의 관심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신중한 자세를 보이던 민주노총은 지난 1일 중앙정치위에서 "별도의 정당창당이 아닌 민주노동당 참여"와 "협상용 정당이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입장을 확정, 10일 독자정당 창준위 발족을 전후해 발표하기로 했다.

당초 민주노총은 한국노총 독자정당 창당방침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지난 8월 말 중앙정치위원회 차원에서 공식입장 발표문제를 논의했으나, 결국 유보했다. 민주노총이 한국노총 독자정당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한국노총의 기존 정치활동에 대한 불신에도 불구, 초반부터 대립하는 것처럼 비치는 데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쪽에서도 이런 논란과 관련해 "최소한 합당실패의 원인으로 되는 일이 없으면 한다"는 의사가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던 민주노총이 결국 입장표명에 나서기로 한 것은 우선, 한국노총이 당초 독자정당의 최우선 협상대상으로 민주노동당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 창당을 했고, 현재 대의원 비율도 민주노총 소속 대의원이 전체의 과반수를 넘는 상황에서 한국노총 독자정당과 민주노동당의 합당문제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 민주노총 입장표명 결정 '태도변화'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한달여 전만 해도 한국노총의 독자정당 창당가능성조차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던 게 사실이다. 당초 신중한 자세를 보였던 것도 본의야 어쨌든 정치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던 민주노총이 태도를 바꿔 입장표명에 나서기로 한 것은 나름의 상황 판단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주된 기조는 민주노총이 지난 1일 중앙정치위에서 확정한 성명서에 압축돼 있다. "만약 한국노총의 창당움직임이 정치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술적 고려라면 실망스런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밑으로부터의 정치세력화를 함께 도모해야 할 시점"인 만큼 민주노동당과의 '결합'이 타당하다는 주문.

민주노총이 이처럼 한국노총 독자정당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반반이던 상황에서 '우려'쪽으로 기운 데는 창당이 가시화된 현재 시점까지 독자정당의 성격과 이후 진로가 여전히 불명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민주노총 일각에서는 "한국노총 당이 창당된 뒤 민주노동당이 아닌 기존 정당에 흡수된다면 그 때는 한국노총 내 존재하는 민주노동당 지지세력이 조직결정을 위배하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는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전제로 한국노총 독자정당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민주노동당과 결별하게 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 한국노총 내 민주노동당 주요 지지세력인 금융노조쪽에서 민주노총에게 한국노총 독자정당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민주노총은 성명서에서 "한국노총 문건에서 정당설립의 근거로 삼고 있는 '최소비용으로 노총의 정치적 입지 극대화', '향후 정치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필요', '지속가능한 정당으로 성장하는데 따른 막대한 비용소요'라는 등의 인식은 자칫 대선 전 합당을 위한 협상정당으로, 몸값과 '교환가치'를 높이기 위한 창당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보수정당의 정계개편과 '개혁적 국민정당' 등 신당 움직임과 한국노총 독자정당의 행보가 연관될 수 있다는 것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민주노동당의 강령과 당규는 보수정당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와 '노동자 중심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밝혀 한국노총 독자정당과 민주노동당이 통합논의를 한다고 해도 강령과 당규가 협상대상이 돼선 안된다는 뜻을 내비쳤다.

* 민주노동당 "기대·우려 모두 '과유불급'"

이처럼 민주노총이 '우려'쪽에 무게를 두는 반면,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이미 모든 정치적 기득권을 버리고라도 진보진영의 대단결에 앞장설 것을 천명한 바 있고, 한국노총과의 결합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입장에선 노동자 대중조직인 한국노총과 함께 한다는 것은 외연 확대 차원에서 적극 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

민주노동당 이상현 대변인은 "지나치게 기대하거나, 지나치게 우려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한국노총이 공식적으로 창당 이후 방침에 대해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나서기에는 부담이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거릴 둘 수도 없는 처지다. 이 대변인은 때문에 "공식적인 창구가 구성돼 논의가 시작된다면 적극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노총은 창준위 출범식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독자정당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던 화학노련도 창준위에 결합한 상태다. 한국노총 현기환 대외협력본부장은 "대중조직에서 정치적 입장이 동일한 일부 세력만 갖고는 창당을 할 수 없으며, 현재 창준위에 결합한 사람들은 한국노총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창당 이후 행보는 당초 밝힌 민주노동당과 합당 논의가 시발점이자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설령 일부 개인이 개인적 목적을 갖고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해도 당원들이 있는 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이 오는 10일 창준위 공식 발족 뒤 독자정당의 행보를 어떻게 가져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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