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가 노사정위원회에서 지난 2년여에 걸쳐 논의한 결과를 기초로 만들었다는 주5일 근무제 정부입법안에 제동을 거는 사태가 발생해 혼란을 주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 알려진 바대로 주로 규제가 신설·강화될 때 규제정책을 심의·의결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지난 98년 4월 설립됐다.

주5일 근무제의 경우 근로기준법 개정과 관련한 규제의 신설·강화에 해당되므로 2주 동안 예비심사를 거쳐 27일 본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에서는 규제정책을 심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이 꼭 지금 필요한가'라는 2년 전 논의 초기단계의 내용부터, 이번 정권의 목표가 아니라 국가의 목표라고 볼 수 있는 만큼 차기 정권으로 넘기자는 발언마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한 위원은 노동부가 노동연구원의 연구자료를 근거로 정부입법안을 만들었다며 그 효과분석 방법이 의심스럽다고 구체적인 분석방법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규개위는 가장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는 바로 '노사정 합의사항'이라는 점이다. 규개위가 보호하고 싶어하는 기업측에서도 합의한 사항이란 의미. 그런데 규개위가 근본적으로 주5일 근무제 도입의 필요성부터 지적하고 나서는 것은 국민의 78% 지지, 지난 2년 간 논의의 의미를 부정하는 앞뒤가 안 맞는 얘기가 된다.

이런 사정은 규개위 본회의 위원이 경제·경영학과 교수, 무역협회 관계자, 전경련 부설 한경연 관계자 등으로 구성돼 있는 것과 관련, "이번 주5일 근무제 문제를 다루면서 재계 입장을 대변하려는 거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지적을 쉽게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오죽하면 규개위의 한 위원은 "많은 규개위 위원들은 이해를 못한다. 주5일 근무제 조항 하나 하나가 얼마나 힘들게 노사가 서로를 설득해 만들어낸 사항이라는 점 말이다"라고 말했을까.

규개위는 특히 노사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일수록 단지 경제적 논리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만의 관점보다는 '모두가 잘 사는 나라'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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