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중재 사회쟁점화·조합원 절감 '성과'…각계각층 연대 '큰 힘' 확인

경희의료원 파업 사태가 119일만에 마무리됐다. 그 동안 병원 로비, 의료원 앞, 서울 시내 곳곳에서 농성, 집회를 벌였던 조합원들은 23일부터 업무에 복귀, '환자 곁'으로 돌아갔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노사간 대치가 극심했던 지난 119일. 파업의 중심에 서 있었던 경희의료원 조은숙 지부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 진통 끝에 지난 17일 노사가 합의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노사가 타결을 목표로 일정부분 막판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노조도 사학연금, 무노무임, 징계 등 핵심쟁점을 '안 된다'에서 어느 정도 양보를 했고 병원도 전 직원 징계 등 '강수'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더 이상 파국을 막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

- 119일은 병원사업장에선 보기 드문 장기파업이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교섭이 원활히 안된 것보다도 노사문제가 왜곡돼 외부로 알려지는 것이 가장 참기 힘들었다. 노조 간부들 인식공격부터('집행부가 딴 마음에 파업을 한다' 등) 도덕성 문제까지 어떤 설명도 통하지 않는 유언비어들이 무성했다. 조합원들이야 그냥 흘려들었지만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 중간관리자들과는 갈등의 골이 더욱 깊게 됐다."

사학연금, 무노무임, 징계 등 핵심쟁점에 가려져 있었지만 산별교섭, 비정규직 처우개선, 전임자 추가, 의료의 공공성 강화 노력 등 119일의 파업 동안 부각되지 못한 성과물도 많았다.

뿐만 아니라 파업이 끝난 뒤 조합원 80명이 무더기로 민주노동당에 가입을 하는 등 변화도 보였다.

- 어려움도 컸던 만큼 이번 투쟁의 성과를 꼽는다면.

"우선 경영진이 노조를 대등한 파트너로 보지 않으면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지 증명해 준 파업이다. 보다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었지만 경영진이 마치 (노조에게)관용, 선처를 베푸는 양 교섭에 임해 더욱 꼬이게 된 것이다. 이번 파업을 기회로 경영진의 노조관은 변해야 한다.

또 직권중재의 문제점을 알려냈다는 게 성과다. 조합원들조차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사회 쟁점화는 물론 조합원들이 이번 파업을 계기로 직권중재의 문제점을 확실히 알게 됐다. 119일 동안 교육, 집회를 통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의식적인 변화가 컸을 것이다."

파업이 마무리된 경희의료원에 또 다시 갈등 조짐이 보이고 있다. 경희의료원 유명철 원장이 노사 합의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지난 18일 사표를 냈다. 또 조합원이 아닌 의사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들이 합의안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 이런 갈등을 어떻게 보나

"어렵게 노사가 합의안을 이끌어 냈다. 지금은 무엇보다 분열에서 화합으로 나가야 할 시점이다. 119일 동안 파업 참여조합원, 그렇지 않은 조합원간 갈등의 골이 상당하다. 중간관리자들은 노조를 '폭도'집단으로 보고 있다. 갈등은 결국 병원을 파국으로 몰고 갈 뿐이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지만 조 지부장은 당분간 출두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환자 곁'으로 돌아간 조합원들, 현재의 갈등상이 마무리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체포영장, 해고로 인해 '환자 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지만 조 지부장은 119일 동안 파업을 이끌어오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이라며 이렇게 말을 끝맺었다.

"이번 파업에 민주노총, 본조, 공대위, 민주동문회 등 여러 곳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조합원들 뿐 아니라 노조 간부도 연대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파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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