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현대 스스로 약속했던 정주영 전 명예회장과 몽헌 전 회장 등 3부자의실질 퇴진을 공문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채권단은 현대에 요구한 자구계획보강, 계열분리가속화, 지배구조개선 등 3개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현대건설에 대한 신규여신중단과 기존 여신의 만기연장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문서화했다. 9일 금융감독위원회와 현대 채권단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전날 현대에 보낸 공문에서 현대 스스로 약속한 3부자의 경영일선 실질퇴진을 이행하라고 청구했다.

정씨 3부자의 경영일선퇴진 요구는 몽헌 전 회장의 실질적인 퇴진과 함께 정몽구 현대자동차회장의 거취도 포함되는 사안이어서 현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오너 퇴진문제에 대해 이는 스스로 약속한 사항인 만큼 현대가 알아서 할 문제라는 입장이었으나 채권단이 정부의 동의아래 요구조건에 이를 포함시켰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현대는 3부자 퇴진을 시장과 국민에게 약속해놓고도 여전히 배후에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거나 퇴진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은행은 이와함께 채권단이 요구한 3개항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여신제재로 현대건설의 신규자금지원과 기존여신 만기연장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명문화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그동안 현대의 자구책이 미흡할 경우 현대건설을 법정관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넣는다고 공언해왔으나 이처럼 공문에 신규여신 중단과 기존 여신 회수 검토를 못박은 것은 처음이다.

문제경영진 퇴진의 경우 해당자를 적시하지 않았으나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과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 등을 의미하며 이들은 현대의 부실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이와함께 유동성문제 해소를 위해 지난 5월 발표했던 현대건설의 자구책 이행 방법과 구체적인 시한을 명시하고 현대중공업과 상선 등 보유 주식 매각도 요구했다.

현대자동차의 조속한 계열분리를 위한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지분 6.1%의 매각과 중공업의 조기계열분리도 촉구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외환은행이 현대에 요구한 것은 채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비상조치인만큼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현대가 반드시 수용해야할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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