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조업체 4개중 1개는 영업활동을 통해 금융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등 지급능력이 매우 취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조속히 추진해 금융불안요인을 해소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9년 중 제조업의 현금 흐름 분석'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법인 제조업체 3천703개 가운데 24.8%인 918개 업체가 금융비용 보상비율이 100% 미만으로 나타났다.

한은 정정호 경제통계국장은 "영업활동 현금수입에 금융비용을 더한 액수를 금융비용으로 나눠 산출하는 금융비용 보상비율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올린 수입으로 금융비용을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 지를 나타내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이어 "금융비용 보상비율이 100%를 밑돌았다는 것은 영업활동을 통해 금융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등 금융비용 지급능력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것이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계열사는 1∼4대 그룹 계열 8개사, 기업개선 작업 대상이 아닌 5∼30대그룹 계열 21개사, 기업개선 작업 대상 5∼30대 그룹 계열 6개사가 각각 금융보상비율이 100%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 국장은 "금융보상 비율이 100%가 안되는 업체중에는 현대그룹 계열사 6개가 포함돼 있고 금융보상비율이 0%인 업체도 있다"면서 "이들 업체의 경우 옥석을 구분해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유가증권(투자유가증권 포함) 순투자액은 업체 당 43억7천만원으로 유형자산 순투자액(48억1천900만원)의 90.6%를 차지해 기업들이 유가증권 투자를 활발히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국장은 "이는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사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계열 및 비계열사의 증자물량 중 일부를 인수한 데 따른 것"이라며 "작년에 30대 기업이 계열 및 비계열 기업 유상증자에 참여한 실적은 8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또 "작년에 기업들의 현금사정이 전년에 비해 개선됐지만 재벌그룹의 경우 현금 여유분을 빚을 갚는 데 사용하기보다는 계열사간 출자나 유상증자에 더 많이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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