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활동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일부 국회의원들이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을 연장하기 위한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기간 연장 및
권한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부산경남울산 열사정신계승사업회
김보경 사무국장
의 글을 싣는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의 의문사 사건들에 대한 '진상규명' 활동을 벌여왔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존속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000년 10월 17일 정식 출범 이후 2001년 진정 접수된 총 83건의 의문사 사건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지 1년 9개월만에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그 법적 시한을 다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조사 종료를 앞둔 지금, 접수되었던 83건의 사건 중 10건만이 민주화운동과 관련 공권력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판정(인용)됐으며, 31건이 기각 또는 조사불능으로 조사가 종결될 예정이며, 나머지 41건은 조사를 진행 중이긴 하나 불과 1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법적 시한에 따라 미완으로 남겨질 상태에 놓여 있다(1건 진정 취하).

박창수 정경식 오범근 노동열사 이 중 91년 한진중공업 노동조합 박창수 위원장의
의문사 사건과 더불어 9인의 노동자 의문사 사건은 인용
△ 오범근(후지카대원전기 사진↓) △ 문용섭(서울광무택시)
△ 신호수(인천연안가스), 기각 △ 심재환(부평삼화정밀), 조사불능
△ 박창수(부산한진중공업 사진↑) △ 정경식(창원대우중공업 사진↔)
△임태남(광주대광교통) △ 이재호(인천협신사)로
조사종결을 앞두고 있다.

■ 가해집단 실체접근 이뤄야

대표적인 노동의문사라 볼 수 있는 박창수 전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의 죽음은 안기부(현 국정원)가 전노협 소속 사업장에 대한 탈퇴공작 과정에서 저질렀다는 의혹이 강했으나 91년 당시 추락사-자살로 수사 종결되었던 사건이었다.

그러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 박창수 위원장의 사인은 머리와 가슴에 가해졌던 심한 충격에 의한 것으로 추락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으며, 타살이라는 정황이 뚜렷해졌다.

또한 민주노조 건설과정에서 실종되어 유골로 돌아왔던 대우중공업 노동자 정경식 동지의 경우도 당시 자살로 몰아갔던 수사의 허점들을 밝혀내고 타살이라는 입증 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이들 9건의 사건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내는 과정에서 조직화 되어가는 노동자들을 폭력으로, 심지어 살인까지 서슴지 않았던 자본과 정치권력이 만들어낸 왜곡된 역사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들을 포함한 전체 83건의 의문사 사건들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종전의 결과들을 뒤엎는 내용들을 찾아 진상을 규명하는 성과를 거뒀음에도 그 가해집단이나 권력에 대한 실체에는 접근을 하지 못했다.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되었던 의문사 사건들을 조사하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권한은 너무나 미약한 것이었으며, 국방부, 기무사, 국정원, 검찰 등 가해집단이라 볼 수 있는 수구세력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한시적인 기구라는 것을 이용, 그 종결시기까지 버티며 비협조로 일관했던 까닭이다. 이름 그대로 더 이상 조사를 할 수 없는 조사불능의 사건들이 대다수로 남아있으며 그들 무소불위의 권력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다.

■ 특검제 도입, 수사권 부여 당연

'제 2의 반민특위'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과거청산을 위한 특수한 기구로 활동했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3차 법개정을 통해 가해집단에 대한 수사권조차 없는 위원회에 특검제를 도입하여 강력한 수사권을 부여하고, 위원회의 활동시한을 없애 기간을 규정하지 않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할 수 있도록 하느냐 아니면 과거의 오욕된 역사를 그 결과마저 답습해 가해자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마느냐 하는 것이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과 과거청산 작업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청산되지 않은 그 권력이 현재를 여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우리는 "과거"의 죽음에 대한 바로서기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것은 법의학 감정에 의한 물리적 사인을 밝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부정한 권력의 실체를 해체하고 그 기득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언제 우리 목숨을 노릴지 모르는 악의 뿌리를 뽑아내는 것이며, 그 정의가 세워지는 사회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생사를 건 한판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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