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법 테두리 안에선 불법파견을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 법해석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주)가 불법파견된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를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중노위 결정에 반발하면서 제기한
재심판정취소소송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에서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갖는 의미와 한계를 분석한
워킹보이스 이정희 취재편집팀장의 글을 싣는다.
잠시 파견법 '철폐'냐 '개정'이냐 하는 논란은 접어두자.
법을 해석하고 사건에 적용시켜 가부를 결정짓는 법원이 스스로 파견법에 대한
자신의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고백'해 왔기 때문이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3항은 2년 이상 파견근로를 계속 하면 사용업체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법에 의거한 파견근로가 아닌 경우에 과연 제6조3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인사이트코리아 소속으로 SK(주)에서 운영하는 물류센터에서 3∼8년 가량 불법 파견근로를 해 왔던 지무영씨 등 4명에 대한 '해고'의 정당성 문제.

지난해 9월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법에 의하지 않은 파견근로라면 제6조3항을 적용할 수 없지만 파견대상인 26개 업무에서 일을 했다면 적용 받을 수 있다"고 판정했다. 즉, 이들 4명 가운데 파견대상 업무인 '사무원'으로 근무했던 김인선씨만 SK로 직접 고용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SK는 김씨에 대한 '부당해고' 판정에 반발, 서울행정법원에 중노위를 상대로 재심판정취소소송을 냈다. 그러자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조병현)는 지난 7월 12일, 허가받지 않은 파견일 경우 26개 파견대상 업무에 해당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제6조3항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며 재심판정 취소판결을 내렸다.

파견업 허가를 받았지만 파견대상업무가 아닌 곳에 종사한 경우 제6조3항을 적용 받을 수 없는데 허가조차 받지 않은 파견근로에 대해 적용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고, 법을 위반한 기간이 2년이 넘었다고 해서 그 순간부터 위법한 근로관계를 적법한 근로관계로 전환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여기서부터다.

불법 파견에 대해서는 제6조3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해석'한 재판부였음에도, 그 판결문 말미에서 재판부는 "이러한 해석에 따른다면 허가받은 파견사업주는 엄격한 법적 규제를 받게 되는 반면 무허가 사업주는 법적 규제를 받지 않게 되고, 그에 따라 불법파견근로자 법적 지위에 상당한 불안을 초래하게 된다"라며 자신이 내린 판단에 '한계'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재판부는 덧붙여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처럼) 입법론적으로 명시적인 규정을 둠으로써 논란의 소지를 불식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재판부는 현행 파견법에 따를 경우 이처럼 불합리한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파견법을 개정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솔직히 인정한 것이다. 실제 판결문에서는 '근로자파견법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간의 노동관계는 노무제공을 시작하기로 한 시점에서 성립한 것으로 간주된다'라는 규정을 법령에 둔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를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법원 판결의 의미에 대해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재판부 스스로가 파견법 조항의 부당성을 인정하고 조속히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점"이라며 말했다.

이렇듯 파견법을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고무적이지만, 재판부가 법의 형식에 지나치게 얽매이면서 현안으로 제기된 SK(주)와 인사이트코리아 소속 노동자와의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따지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실제 지씨 등은 인사이트코리아 관리자가 아닌 SK(주) 관리자로부터 직접적인 업무 지휘 감독을 받으면서도 도급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임금, 복지 등에서 각종 차별을 받아왔다.

이에 관련, 순천향대 조경배 교수(법대)는 "재판부가 법률에 따른 자신의 판단이 부당하고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얘기한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라며 "하지만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따졌다면, 사용업체(SK)에서 일한 그 시점부터 직접 고용된 것으로 본다는 판결을 내릴 수 있었을 텐데 전체 결론에서 그 부분이 빠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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