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정부안에 대한 노사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주5일제 입법안에 담긴 비정규직관련 방침에 대한 우려 역시 높다.
비정규직과 관련, 정부 주5일제 입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비정규노동센터 박영삼 국장  의 글을 싣는다.

세상을 살다 보면 참아야 할 일들이 많다고 하지만 때로는 그런 인내가 도저히 불가능한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데, 정부의 주5일제 입법안을 들여다보면 말 그대로 '정말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지난 6일 입법예고된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과 중소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철저히 배제한 채, 이중 삼중의 희생을 강요하는 희대의 사기극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9월 공익위원안이 제출된 이후 1년 가까이 단 한번도 번복된 적이 없었던 1년 미만 근속자에 대한 1개월당 1.5일의 연차휴가 수급권을 하룻밤 사이에 완전 백지화하고 말았다. 대신 연차휴가의 가산년수 기준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 것이 마치 노동계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도 되는 양 짐짓 생색을 내고 있다. 정말 그러한가?

통계청 조사결과 2001년 8월 현재 1년 미만 근속자는 531만명이고, 이중 439만명(82.6%)이 비정규직이다. 결국 정부는 국민들을 완전히 속이고 노동자 1인당 6일씩 총 31,896,716일의 유급휴가를 강탈하고 말았다.

연차휴가의 가산년수를 단축한 것도 실상을 알고 보면 '조삼모사'의 극치이다. 정부안(15∼25일, 2년당 1일)이 당초 공익안(18∼22일, 3년당 1일)보다 휴일축소의 피해가 적으려면 근속년수가 최소 17년(23일)이 넘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모두 합쳐도 87만명(6.6%)에 불과하며, 더구나 비정규직은 729만명(98.9%)이 근속년수 17년 미만이다. 6.6%를 위해서 94.5%를 희생시키는 것이 과연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란 말인가? 양대노총의 격한 반발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결국 근본적인 잘못은 최소 휴가일수를 18일에서 15일로 단축한 것이다. 월 1.5일, 연간 18일의 연차유급휴가는 편법적인 반복갱신으로 근속기간이 1년이 넘어도 연차휴가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의 현실적인 처지를 감안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연차유급) 휴가일수는 어떠한 경우라도 1년의 근무기간에 대하여 3주를 하회할 수 없으며, 공휴일 및 관습상의 휴일은 최저 연차유급휴가의 일부로 산입해서는 안된다"는 ILO 조약 제132호를 충족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었다.

즉, 월 1.5일의 연차휴가가 보장되어야만 연간 18일의 유급휴가가 발생할 수 있고, 여기에 추가로 유급주휴일이 유지되어야만 비로소 최소 3주간의 휴가일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사진 = 한국노총 홈페이지
또한 상당수 비정규직이 시급제, 일급제인 상황에서 주휴무급화가 강행된다면 해당 노동자들은 휴일과 임금삭감의 이중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150만명이 넘는 건설일용노동자의 경우 임금보전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공사장을 떠날 때가 돼서야 겨우 주휴수당을 청구할 수 있는 상황인데 무급화가 강행된다면 이마저 불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임금보전이 대단히 어려운 비정규직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월 1.5일의 유급휴가와 함께 유급주휴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다들 지적하듯이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797만명(58.6%)의 노동자들에게는 이런 누더기 주5일제조차 도입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게 되었다. 대기업의 노동자들은 그나마 노동조합이라는 대항수단이 있기 때문에 피해를 줄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정규직이나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누구는 잘못된 법 때문에 피해를 입고, 또 어떤 사람들은 대기업들의 부담전가로 희생양이 될 것이다.

정부는 현실을 직시하고 마지막 시간과 노력을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쏟아 부어야 한다. 노동시간단축이 약육강식을 부추기는 제도로 전락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월 514,150원의 법정 최저임금이 유지되려면 시급 금액은 2,275원에서 2,472원으로 변경 고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물론 유급주휴일을 전제로 한 것임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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