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장’인 재정경제부 장관의 교체가 너무 잦다. 김대중정부 출범 2년5개월만에 재경부장관이 벌써 3번이나 바뀌어 경제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경부 장관의 평균수명이 고작 9개월에 불과, 업무파악을 할만하면 교체되는 형국이 되풀이되고 있다.

8일 재경부에 따르면 김대중정부 출범이후 신임을 기준으로 재정경제부는이규성 전장관이 98년3월부터 99년 5월까지 1년2개월 동안 재임하는 등 비교적 ‘장수’를 누렸다.

그러나 강봉균 전장관은 99년 5월부터 2000년 1월까지 8개월에 그쳤으며, 7일 퇴임한 이헌재 전장관은 재임기간이 7개월에도 모자라는 단명장관이 되는 등 재경부장관의 재임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
경제수장들의 잦은 교체는 김대중정부뿐만 아니라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정부때도 마찬가지여서 집권 5년동안 7명의 장관을 교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삼정부 당시 부총리겸 재경원 장관의 평균 재임기간은 8개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김영삼정부는 출범때부터 집권중반인 95년 7월까지 2명의 장관을 바꾼 것에 비하면 같은기간 김대중정부의 재경부장관 수명은 더 짧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김영삼정부의 정권후반기에는 외환위기 등 특수한 상황이어서 장관임기가 짧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외환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된 만큼 잦은 경제 수장교체는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진념 기획예산처장관이 신임재경부 장관으로 부임하자 재경부내에서는 그동안의 정책기조가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경부 한 관계자는 “이 전장관은 그동안 시장경제의 논리로 기업과 금융등 경제부문의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왔다”며 “화합과 대화를 강조하는 진장관이 강도높은 개혁을 계속 추진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진장관이 밀어붙이기식 개혁으로 부처간의 혼선과 불협화음을 빚었던 이전 장관의 한계를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겠지만 안정위주의 경제정책으로 자칫 개혁이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경제장관이 경제시스템을 재대로 파악하는데만 3개월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말까지 금융 및 기업개혁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촉박한 상황에서 경제 및 금융부문 수장을 한꺼번에 바꾼 것은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차원에서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도 “장관의 교체설이 나돌면 그동안 추진해오던 주요업무를 일단 중단한 채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경제수장들이 10개월을 넘기지 못하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교수는 “이번 경제팀은 개혁성과 참신성에서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라며 “자칫 경제팀의 잦은 교체로 정책의 혼선만 부채질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