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파업 사태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한라병원에선 급기야 병원측이 용역들을 동원,
농성 노동자들에게 고춧가루 물대포를 쏘아대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이처럼 끝간데를 모르는 병원파업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을 촉구하는 글을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국장이 보내왔다.
일부 병원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100일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 와중에 최근 한라병원이 파업조합원 108명 전원을 해고하고 그것도 모자라 용역깡패를 동원해서 조합원을 감금하고, 고춧가루 물대포를 쏘면서 농성중인 조합원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경희의료원은 세 번의 폭력사태 끝에 어렵게 합의한 사항의 문서화를 거부하더니 급기야는 합의사실을 부인하는 상식이하의 태도를 보이다가, 최종복귀명령을 거부하는 조합원 전원에 대해 징계위 회부와 가압류, 고소고발을 하겠다고 나섰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62명 집단 노조탈퇴공작도 모자라 405명의 조합원을 징계위에 회부하고, 검찰은 조사없이 조합원 5명을 전격 기소하였다.

필자는 그 자랑스런 '대∼한민국' 땅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게, 노조활동을 한다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새삼 느끼며 2002년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성을 잃는 병원 사용자들의 탄압으로 병원은 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가 되고있다. 폭력성은 커져 가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들이 내세우는 것은 '법과 원칙'이다.

■ 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 병원

병원은 지난25일 새벽 병원1층 로비에서 농성중인던 ▽
조합원들을 경비용역업체 직원을 동원, 강제해산시켰다.


병원 사용자들은 스스로가 파업을 유도, 장기화시키면서도 그 책임을 노조에게 전가시키고있다. 그들은 합법적인 산별노조의 존재자체와 교섭권을 부정하고, 노사합의서를 거부하고, 집단 노조 탈퇴공작과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시민단체의 중재도 거부하고, 이간질과 거짓선동으로 직원들을 분열시키는 온갖 비열한 짓을 하면서도, '법과 원칙'만 외치는 것은 보기에 민망하다.

병원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노조의 불법파업에 굴복할 수 없다고 큰 소리 치는 병원 사용자들은 얼마 전 불법을 넘어 반인륜적인 의사파업을 진두지휘하였고, 파업 참가 의사들에 대해 한푼의 무노무임도 적용하지 않았던 바로 그들이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했던가? 결국 그들이 세우고자하는 법과 원칙이라는 것은 평소 눈에 가시 같은 노조를 무력화 시켜, 돈벌이 위주의 병원 구조조정과 자본이 마음놓고 무한질주 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하지만 병원 사용자와 정부는 알아야한다. 파업이후 그 엄청난 탄압에도 조합원들이 더 늘어나고 있고 (한라병원은 두 배 증가, 최근 집단해고 후에도 14명 노조 가입), 정년퇴직을 몇 개월 남긴 늙은 노동자가 함께 파업을 하고, 10여명의 임산부가 유산까지 하면서 병원 로비 농성장을 지키는 이유를 똑바로 알아야한다.

석달간의 무노무임을 견디고, 온갖 고소고발과 가압류, 손배청구, 체포영장 발부와 해고에 맞서면서, 여성간부가 집단으로 삭발을 하면서 파업을 계속하고있는 이유를 알아야한다. 이런 조합원들의 절절한 요구와 분노를 단 한마디 불법파업 엄단으로 난도질하고, 외부세력의 선동에 의한 것으로 바라보는 이상 그 어떤 해결책도 나올 수 없다.

■ 유산 감수한 파업참여 뜻 직시해야

특히 지금은 정부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중립 운운하면서 수수방관하거나, 사용자에 대한 처벌을 미루거나, 힘이 없다고 물러서는 모습이 아니라 적극적인 사태 해결에 나서야한다. 그리고 병원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병원 사용자들의 불법 부당노동행위에 면죄부를 주면서, 스스로 법 집행의 정당성을 상실할 뿐이다. 충북대병원이 2000년 50일 파업에 이어, 다시 2001년 150일 파업을 했다.

이런 장기파업에서 올바른 교훈을 찾지 못하면 파업은 계속 이어지고, 장기화되고 병원 노사관계발전은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병원 파업의 원인이 되면서 대화 자체를 가로막고있는 직권중재의 문제점, 의사중심의 병원사용자들의 전근대적인 노사관, 불법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 미흡, 손배, 가압류 등 민사상 탄압의 문제점, 사학연금의 불합리성, 비정규직 고용안정 등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한다.

지금 병원 현장은 노조가 파업을 하고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파업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조속히 환자 곁으로 돌아가고 싶은 병원 노동자들의 소박한 꿈은 늦어지고 있다. 올바른 노사관계발전과 노동문제 해결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해결 노력이 진정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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