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이 하반기 활동방향과 관련해 중요한 화두를 꺼내들었다. 한국노총은 연말 대선 등 정치일정에 대비한 독자정당 창당이라고 하는 과제를 들고 나왔고, 민주노총은 부위원장단 선거가 본격화 되면서 직무대행체제를 통한 내부 정비작업에 돌입했다. 이들 조직내부 논의가 어떻게 정리되느냐는 하반기 노사관계의 또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총의 부위원장 선거는 단병호 위원장이 수감중인 상황에서 위원장 직무대행과 사무총장 등 직무대행 집행부를 선출하는 성격이 강하다. 지난주말 후보등록 마감 결과만을 놓고 보면 이번 부위원장단 선거는 소위 좌파연합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재 기조로 본다면 민주노총의 하반기 활동 방향은 큰 흐름에서는 기존의 노선을 유지하면서 현장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물론 선거는 그 자체로 역동성을 갖고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이번 부위원장단 선거를 계기로 민주노총의 하반기 활동기조가 가닥을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노총의 독자정당 창당 움직임에는 한국노총의 정치적 입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제3당으로 발돋움을 하면서 한국노총의 정치적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예전과 같은 제도권 정당과의 등거리 외교 방식으로 정치적 입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한국노총은 독자정당 창당이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여기에는 독자정당을 창당하는 것이 이후 정치적 행보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자정당의 이름으로 민주노동당과 결합을 하든, 제도권 정당의 개혁세력과 손을 잡든 하는 것이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데는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의 이 승부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일부 간부가 제도권 정당 후보로 출마했던 것에서도 드러나듯이 한국노총은 기존 제도권 정당과 연결고리가 많다. 한국노총이 독자정당으로 정치적 힘을 결집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고리부터 풀고 독자정당 창당으로 힘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조합원들을 독자정당을 중심으로 묶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명실상부한 독자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의 독자정당이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과의 결합이라는 당위론을 선택할 것인지, 제도권 개혁세력과 손잡는 현실론을 선택할 것인지도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런 과제 중에서 가장 일차적인 숙제는 독자정당 창당을 위한 내부결의 수준을 높이는 것일 것이다. 앞으로 한국노총의 도전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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