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B(경제기획원의 영문이니셜)전성시대가 찾아왔다. ”

7일 개각에서 새경제팀에 옛 경제기획원 관료들이 대거 전면에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재경부장관에 발탁된 진념 기획예산처장관과 농림부장관으로 기용된 한갑수(고시10회·전남나주)한국가스공사사장, 기획예산처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은 모두 경제기획원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물들.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새 경제팀에 유임될 경우 경제팀은 사실상 ‘EPB일색’이 된다.

이에 비해 기획원과 함께 경제부처의 양대축을 이뤘던 재무부(MOF)출신은 이헌재 재경부장관이 물러남으로써 경제부처 권력의 균형추가 기획원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는 분석이다.

기획원출신의 이들 장관들은 전남·북 및 광주등 호남인맥으로 서울대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등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진장관(전북부안)은 고등고시 행정과 14회로 83∼88년 최장수 경제기획원 차관보를 지냈다. 전윤철 장관(행시4회·전남 목포)은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했고 한갑수장관도 92∼93년 경제기획원 차관을 지냈다. 이기호수석(행시 7회·광주)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장 출신이다.

이 같은 인적구성은 향후 경제정책 수립과 운용과정에서 강점인 동시에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재무부의 경우 금융-세제-국고 등 구체적이면서도 세밀한 부문을 다루나 경제기획원은 거시경제(매크로)정책 전반을 다뤄 경제정책을 종합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수립, 추진하는 등 업무영역과 성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기획원출신들이 미시경제(마이크로)에 취약해 급변하는 금융시장등 실물경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재경부관계자는 그러나 “EPB사단의 대거 입성으로 부처간 협조관계가 무엇보다 원활해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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