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대해 원성이 자자하다.
과테말라,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에서 노조 결성 방해, 노조무시,
위장폐업 등으로 해당국의 노동자와 노동단체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다국적(외국계)기업은 연봉 높고 근무여건 좋은 선망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까르푸 부당노동행위와 브릿지 증권에서의 일방적 합병결정(리젠트 증권과 통합하기 전의 '일은 증권')등의 사례에서 외국인 경영자와 충돌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현지언론에서만 보도된,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추악한 실태를 노동계는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그리고 이런 경우 해당국 노동자들의 권리는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까? 또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외국기업에 대해 우리 노동계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할까?

아직은 생소하지만 "다국적기업에 대한 OECD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과 "국가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이하 NCP)가 바로 그 해답이다.

■ 다국적기업의 횡포를 막는 방패

70년대 칠레 군부쿠데타 배후에 미국 다국적기업이 개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국적기업의 횡포―인권유린, 부당노동행위, 뇌물공여 등―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OECD 30개 국가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를 포함한 국가에서 다국적기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채택하게 되었다. 또한 NCP를 설치하여 분쟁에 대처하도록 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서문, 개념 및 원칙, 일반 정책, (정보) 공개,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뇌물 퇴치 노력, 소비자 이익, 과학과 기술, 경쟁 및 조세 등에 대한 다국적기업의 행동윤리를 포함하고 있다.(산자부 국제투자협력국 홈페이지 http://iti.mocie.go.kr/ 참조)

NCP의 역할은 한마디로 "가이드라인을 존중"하도록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데 있다. NCP는 가이드라인의 이행을 촉진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을 도와야 하고 다국적기업의 행동방식에 대해 공적인 권고를 내려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법적 구속력은 없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 이외에 다른 압력 수단이 존재한다면 매우 유용할 것이다. 유용한 압력수단은 바로 "언론 매체"이다.

다국적 기업은 회사의 명성 및 기업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뉴스로 인해 공격당하기 싫어한다. 예를 들어, 끔찍한 노동 조건에 대한 진술, 특히 이 기업의 협력업체가 노동 조건이 매우 취약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진술과 부패를 조장하는 행동이나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은 기업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러 식의 운동을 통하여 기업들로 하여금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건전한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은 오히려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도 있다.

■ 가이드라인 이행 압력 넣는 NCP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경우 일반적으로 NCP는 해당 소송에 대한 공공 성명서를 발표해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다. 필요한 경우 NCP는 해당 소송에 대해 어떻게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지에 대해 권고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NCP는 지침서를 위반한 기업이 있는 경우 그 기업에 대해 위반 사실을 알려줄 수 있다.

가이드라인이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NCP의 조사 결과를 일반 국민이 알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업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NCP는 2001년 5월 4일 설치되었으며, 13개 정부부처의 관리들로 구성되어 있고, 의장은 산업자원부 차관이다. 한국의 NCP는 지침서와 그 활용안내서를 번역 발간하고 8월 공개 설명회를 가졌다. 산업자원부 웹사이트에 NCP에 관한 정보를 올려놓았다. NCP가 분쟁사건에 최종 결정권을 갖는 기관은 아니지만 한국 내 분쟁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 역할(구속력은 없음)을 맡고 있다. 더불어 해외 진출 한국 회사들의 부당노동행위 문제를 방지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분명히 하였다.

하지만 한국은 NCP(사무국)를 해외투자 촉진을 담당하는 산자부 산하 국제투자협력국에 두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총리실 산하로 NCP를 옮겨 더욱 적극적인 활동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구성에 있어서도 노사정 3자가 참여하는 방법도 장기적으로 모색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 다국적기업 견제 네트워크 강화 필요

ICFTU-APRO는 2000년 이후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지역 워크숍을 열고 있다. 올해도 지난 7월 16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말레이시아 페탈링 자야에서 20여개국이 참가한 ICFTU-APRO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워크숍에서는 OECD 가이드라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도모하고, NCP의 활용방법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회의결과 11개의 권고안을 채택하였다. 이중 주요한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다국적기업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네트워크(ILO, ICFTU/ICFTU-APRO, TUAC-OECD, Global Union Federations(GUFs), National Trade Union Centers)의 강화.
둘째는 다국적기업의 활동을 감시할 인재의 발굴과 훈련을 강화하고 비정부기구(NGO)와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셋째는, 가이드라인과 NCP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미국기업의 회계부정사건이 세계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선진금융과 선진회계시스템을 활용하는 투명한 기업시스템 환상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현재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수천 개에 달하고 투자액도 2000년 한해만 160억불에 달하고 있다. 얼마전 다국적 제약회사의 로비가 문제가 되었다.

정부와 노동계의 외국기업 감시활동이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아울러 해외투자 한국기업의 노동착취와 노동기본권 침해 등에 대해 노동계가 침묵해서는 안될 것이다.

노동계가 국제적인 분쟁에 개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당장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없는 것도 문제이다. 우선은 NCP의 역할강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노동계 내부에서 전문인력의 확보를 통한 적극적인 대처방안 마련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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