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통일선봉대가 3일 부산을 출발, 오는 15일까지 13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노동자 통선대는 5일 울산으로 이동, 전국의 장기투쟁사업장과 주한미군기지 밀집지역 등을 순회하게 된다. 특히 150여명의 통선대원들 가운데 아껴둔 연월차 휴가를 써가며 전 기간 참가하는 이들이 많아 노동자, 농민, 학생 등의 부문으로 구성된 통일연대 통선대 속에서 노동자 통선대는 빛을 더하고 있다.

■ 연월차 이용해 전 기간 참가

"주5일 근무제 입법 과정에서 연차가 줄어들지도 모르는데 원 없이 써버리죠, 뭐."

기아자동차노조 소하지부 조합원 차진각(34)씨도 이번 통일 선봉대에 참가하기 위해 연차 7일과 월차를 과감히 투자했다. 노조가 회사에 노동자 통선대 유급 파견을 요청할 예정이었지만 회사가 못미더운 차씨는 통선대에 대비해 아껴둔 연차를 아낌없이 써버린 것이다. 그는 지난해 2기 통선대 때도 연월차를 써 전 기간 참가한 경험이 있다.

이런 차씨에게 직장 동료들은 "네가 없으면 통일이 안되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물론 제가 없어도 통일은 될 겁니다. 하지만 제가 참가하면 그만큼 통일에 힘쓰는 사람이 한 명 늘게 되지 않겠어요?"

9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기아자동차에 입사해 어느덧 노총각이 돼 버렸다. 아직 애인은 없지만 통일에 대한 열정을 이해할 수 있는 사름을 반려자로 찾고 있다.

차씨가 작년에 처음으로 통선대에 참가했을 때는 단지 다른 장기투쟁 사업장들은 어떻게 싸우는지 둘러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 사실 '노동자가 굳이 통일 운동에 나서야 하는가'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러나 처음 가 본 매향리와 그곳 사람들의 모습은 통일과 미국이라는 문제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 계기가 됐다. 평생을 일구어 온 어장과 농토를 미군 사격장에 뺏기고 전경들과 싸우는 한 할머니의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시그네틱스 조합원들의 처절한 투쟁도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왜 반미를 외치는 지 조금 이해하겠더군요. 무엇보다 분단상황 아래서 가장 고통받는 건 결국 노동자와 민중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게 수확이었습니다."

연·월차 사용, 지난해 이어 두 번째 참가…통선대 체험 분단실정 절감 계기
■ 통선대 경험, 동료들에게 알려내고 싶어

지난해 그가 매향리를 봤다면 올해는 의정부가 차씨를 기다리고 있다.

"남 몰래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효순이와 미선이를 죽인 미군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의정부에는 반드시 가야죠."

지난해 통선대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을 동료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에 실망도 했다. 서해교전 사태가 벌어졌을 때는 "보수 언론의 남북대결 조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분단이 빚어낸 비극"이라고 말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이나 통일 얘기를 하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동료들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나마 많은 대화 끝에 자신을 이해하게 된 동료 3명이 선뜻 이번 통선대 활동에 참여해 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이번 통선대 활동이 끝나면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동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조에 요청할 생각이다.

차씨는 작년 통선대 활동에서 자신이 변화했던 것처럼 올해도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용산이나 의정부 미군기지 앞 집회에도 꾸준히 나가고 지역에 민주노동당 지구당 발기인 모임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8월 한달 동안만 끓는 열정이 아니라 뚝배기처럼 계속 끓었으면 좋겠다"고 차씨는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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