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역의 명문 국립대학인 A대학 물리학과의 2000년 2월 졸업자는 모두 34명. 이 가운데 8월 6일 현재 취업자는 12명으로 취업률은 35.2%다. 하지만 여기서 대학원 진학 6명과 군입대 1명을 빼면 순수 취업자는 겨우 5명에 불과하다.

역시 국립인 영남지역 B대학 영문과의 지난 2월 졸업생 43명 중 취업자는 24명(55.8%)이다. 이 학과 역시 대학원 진학과 임시직·아르바이트 직종을 제외하면 41.8%로 뚝 떨어진다. 6월 말 현재 취업률 80.7%를 기록한 이 대학 기계공학부도 진학자와 군복무자를 빼면 절반 이하인 47.3%로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충청지역의 국립 C대학은 올 2월 졸업생 3309명 가운데 1866명이 취업해 취업률 67.6%를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일반 기업 취업자는 50%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은 사설학원 강사, 자영업, 보험설계사, 임시 고용직 등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불완전 취업」상태인 실정이다.

지역 인재의 요람이어야 할 지방 대학은 요즘 실업자를 양산하는 지방 붕괴의 「전형」이 되고 있다. 각 지역 명문인 지방국립대의 실질 취업률이 30~40%를 밑돌고 있으니 지방 사립대의 취업난은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취업을 못한 상당수의 지방 사립대 학생들은 고졸자를 뽑는 분야를 노크하고 있다. 영남대 취업지원센터의 손판규씨는 『대구·경북지역 대졸자들은 연봉 1500만원선을 원하고 있지만 실제 고용실태는 1200만원선』이라고 말했다.

지방 대학이 취업난을 겪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지방기업들의 몰락 때문. 대전·충남지역의 경우, 충청은행이 퇴출되고 동양백화점이 합병된 뒤 K건설 하나만 달랑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구지역은 우방, 청구, 보성 등 「빅3 건설업체」가 무너진 뒤 동아백화점과 대구은행은 98년 이후 사원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8일 부경대에서 부산·경남지역 대학생 1200명과 씨티은행, 지역 중소기업 등 모두 39개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취업박람회가 열렸지만 취업자 수는 고작 42명. 이 대학 권학만 과장은 『7월까지 채용의뢰가 1020건이 들어왔으나 대부분 일용직 또는 아르바이트 자리』라며, 『상당수의 대졸자들이 단순 기술직 등 고졸자 일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 기반이 빈약한 광주·전남북 등은 더욱 열악하다. 광주인력은행의 송병인 팀장은 『지난해 이후 광주·전남지역에서 대졸자 구직건수는 1만9367건에 달했지만 대졸자 구인건수는 약 11% 수준인 2200건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1학과 1기업 자매결연 사업을 펴고 있는 전남 B사립대의 한 교수는 『대기업은커녕 중소기업도 거의 없다』며 『학생들의 취업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의 몰락은 지방대학생의 취업난을 초래하고, 그것은 다시 지방대의 부실화로 이어져 지역전체의 침체를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지역경제도 안 좋으니 산학협동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경북대 박찬석 총장은 『수도권 집중과 이에 따른 취업난으로 지역의 기반인 우수인재들이 빠져나가 지방의 부실을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인재 지역할당제 등 지방을 살릴 수 있는 종합적인 특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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