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와 금융기관 경영진의 판단 잘못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엄격히 묻는 대법원 판례가 잇따라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법원의 최근 판례는 이사들의 의사결정 당시 법령 및 정관위반 여부 등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묻던 데서 한걸음 나아가 ‘합당한 경영정보를 근거로 적합한 의사결정절차를 밟았는지’여부까지 따지고 있어 현재 재판중인 삼성전자 이사들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의 최종판결이 주목된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례경향에 대해 재계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김석중 상무는 “전문적인 경영판단 자체를 사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경영판단에 따른 결과를 문제삼아 기업 이사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면 기업가 정신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민사3부는 지난 6월14일 한 새마을금고가 전대표이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금융기관의 임원은) 경영판단을 할 때 통상의 합리적인 (금융기관)임원으로서 그 상황에서 합당한 정보를 가지고 적합한 절차에 따라 회사의 최대이익을 위하여 신의성실에 따라 대출결정을 했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이 피고의 책임을 따지면서 단순히 대출받는 사람들의 형식적인 자격 요건 구비여부만 판별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서울고법에 사건을 되돌려보냈다. 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이 단순히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주식회사의 이사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지난 3월에도 이철수 전 제일은행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서도 “금융기관의 이사는 대출결정에서 여러가지 사항에 비춰 종합적으로 판정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대법원의 최근 판례에 따라 그동안 대기업 대주주의 의사에 따라 사실상 거수기 노릇을 해온 계열사 이사들도 분명한 책임을 지게돼 앞으로 대기업 이사회의 권한 강화, 대주주의 입김 차단 등 기업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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