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반 이상 끌어온 기아자동차 노사협상이 잠정 합의됨으로써 생산과 출고 지연으로 인한 고객 피해는 어느 정도 줄게 됐다.

그러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파업 피해에 시달린 회사측이 고용, 구조조정 등 경영 고유 영역에 참여권을 인정해달라는 노조 요구를 사실상 허용함으로써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고용관련 부분 노조 합의 명문화 = 19일 개정하기로 잠정 합의된 기아차 단체협약의 가장 큰 변화는 고용 문제에서 만큼은 노조의 합의를 얻어야 한다는 부분이다.

주요 항목별로 이 부분은 '합의' 또는 '의견일치'라는 표현으로 노조의 참여권을 인정해줬다.

대표적인 항목이 연장근로와 휴일근무, 주5일 근무 도입시 임금 및 노동조건 등 구체사항, 근로자 전출입시 근로조건 등을 결정할 때다. 이 부분에서는 노조의 합의를 얻도록 명문화했다.

또 구조조정과 관련된 부분은 대부분 '노사 의견일치로 시행한다'는 표현이 사용됐다.

'합의'라는 직설법이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노조 동의를 얻어야 하는 강제조항이다.

기업 합병과 양도, 외주ㆍ분사 및 하도급 전환, 차종 판매권 이양, 공장 및 판매점 이전ㆍ통폐합 등이다. 모두 기업이 경영환경이 어려워졌을 때 취할 수 있는 경영수단으로 이제는 노조도 그 결정에 참여하게 된다.

기아차 노조 박중현 교육실장은 "대부분의 '합의'조항은 조합원의 고용이나 근로조건을 바꿀 수 있는 사안들"이라며 "구조조정 문제도 고용과 직결되는 만큼 같은 취지에서 합의를 요구해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 대형 사업장 파급 우려 = 기아차 단협의 노조 경영참여 허용은 단일기업에 그치지 않고 대형 사업장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조의 경영참여 허용 조항은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활발히 진행된 구조조정 때문에 노동계 현안으로 대두됐다. 회사측의 구조조정으로 빚어진 근로조건과 고용의 불안정을 막아야 한다는 노동계의 거센 요구 때문이다.

이 때문에 두산중공업은 이미 소사장제 도입, 분사 등 고용관련 부분에 합의조항을 삽입했으나 지난해 회사측이 이를 협의 또는 통보로 바꾸려 시도하다 실패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가 다시 경영참여 허용 조항을 단협에 명문화한 데 이어 기아차마저 노조 요구를 수용해 현재 단체협상이 진행중인 여타 사업장에서도 이 문제는 핵심 현안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로 피인수된 대우자동차는 본계약 체결 직전노조의 경영참여 허용 조항을 삭제해 다른 대기업 노조와 대조를 보였다.

■ 절충점 찾은 임금인상 = 이날 기아차 협상의 또 한 축인 임금인상부분은 노사 양측이 적정한 절충점을 찾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당초 노조는 협상 초기 임금 12만8800원(기본급 대비 12.5%) 인상과 성과급 300% 지급을 제시하며 최근까지 이를 고수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처음에는 임금 7만8000원(통합비용 1만원 포함) 인상과 경영목표 달성시 성과금 150% 지급을 제시했다가 이번에 기본급1만7000원을 더 올려줬다.

또 성과금 150%에 8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으며 이 밖에 귀향교통비 매년 40만원 지급, 생산ㆍ판매 만회 격려금 150만원, 정례휴가비 30만원, 임금소급분 60만원 등도 곧바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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