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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기능인력 부족사태… 외국인 천지15만원 줘도 없어서 '난리'
서울 양천구 신정동 신정네거리역 인근 국민은행 앞. 새벽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오전 4시30분이면 어김없이 낡은 가방을 둘러맨 ‘일꾼’ 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새벽 5시를 조금 넘기자 도로변에 승합차가 속속 도착하고 근로자들이 몰려든다.

차에서 내린 용역업체 직원들이 곳곳에서 ‘목공·미장·잡부’ 등 필요한 인력을 부르자, 하나 둘씩 승합차에 올라탄다. 새벽 6시가 지나자 주위는 다시 조용해졌다.

하루 200명 남짓 모여드는 신정동 인력시장은 요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하루 10여명도 안 된다. 지난해에는 신정동 시장을 찾은 일용직 근로자 중 30% 이상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180도로 바뀌었다. 철근공은 13만원, 콘크리트공은 15만원을 받지만 사람을 못 구해 난리다. 8년째 이곳을 찾고 있다는 유모(46)씨는 “IMF 직후에는 일당 3만원짜리 잡부일도 귀했다”면서 “이제는 한 달에 300만~400만원씩 버는 기능공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현재 아파트 건설 현장의 인력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건설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만명이 증가한 177만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손이 모자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심규범 부연구위원은 “현재 필요한 기능 인력은 128만명이지만, 약 3만5000명 정도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건설 노임이 작년보다 평균 20% 이상 올랐다. 또 일부 건설 현장은 기능공을 못 구해 공기가 지연되고 있다. 부산지역 건설업체인 동원개발은 일용직인 기능공 30명을 정사원으로 채용, 인력이 부족한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이 회사 박문석 주택영업팀장은 “아파트 공기를 맞추기 위해 오후 10시까지 야간 작업을 예사로 하고 있다”면서 “자칫 품질이 떨어지거나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인력난이 심해지자 건설업체마다 외국인 근로자의 투입을 대폭 늘리고 있다. 웬만한 아파트 현장은 이제 외국인 인력이 전체 근로자 중 70~80%를 차지한다.

내년 7월 입주를 앞두고 마감 공사에 들어간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아파트 공사 현장. 이곳에서 목수로 일하는 조선족 김덕현(44)씨는 “2~3년 전만 해도 젊은 한국인 근로자가 많았다”며 “이제는 한국인 인부가 20%도 안 되고, 그나마 40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건설 현장에 유입되는 외국인 국적도 중국 조선족과 방글라데시, 태국에서 최근에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 부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출신 샤샤(25)는 “2년 전 브로커를 통해 동료 70명과 함께 한국에 왔다”면서 “대부분 건설현장에서 한 달에 1000달러 정도를 받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외국인이 없으면 건설현장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이다. 용인에서 아파트 건설 현장을 관리하고 있는 김상호 관리차장은 “국내 기능공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사실상 외국인 근로자에게 아파트 건설을 맡기고 있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유하용 기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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