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다른 국가들이 매년 2-3기의 인공위성을 대신 발사해줄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 계획을 포기할 것이라는 입장을 러시아측에 비밀서신을 통해 전달했다고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가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 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모스크바발 기사에서 북한의 김정일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 직후 상호 비밀서신을 교환했으며 이 서신을 통해 북한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 계획 포기 입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은 북한측이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한 비밀서한에서 평화적 목적을 위한 인공위성 발사를 지원하는 대신 대륙간탄도미사일 계획을 포기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공개된 북한의 입장 보다 한발 더 나간 것으로, 북한측은 자체 미사일 계획을 비난해온 `관련국들'이 인공위성 발사 비용을 감당할 것을 요구했다고 이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의 제안은 과거 흑연감속형원자로를 폐쇄하는 대신 한국, 일본, 미국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1천메가와트급 경수로형 원자로 2기를 건설한다는데 합의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간주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의 알렉산드르 야코벤코 대변인은 북한-러시아의 비밀서한 교환에 관한 질문에 논평하지 않았다.

이번 비밀서한에서는 북한이 미사일 문제 관련국들에게 인공위성 발사비용을 부담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실제로 북한이 다른 나라에서 인공위성 발사를 생각중임을 강력히 시사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정책연구센터의 알렉산드르 만수로프 객원연구원은 북한측의 (미사일 계획 포기) 제안이 러시아에 있어 중요한 외교적 돌파구라고 지적하고 이 제안이 러시아측에 중재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만수로프 연구원은 다른 국가들이 인공위성 발사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북한측의 요구는 러시아를 겨냥한 것은 아니며 "미국측이 검토해야 할 구상"이라고 지적했다.

만수로프 연구원은 본질적으로 북한이 과거 원자로 협상 때의 패턴을 미사일개발 계획에 다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하고 특히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감축은 제안하지 않으면서 대륙간 미사일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북한측의 미사일계획 포기 입장은 지난달 푸틴 대통령 일행의 평양 방문때 전격적으로 전달됐으며 푸틴 대통령이 처음에는 북한측 의도를 궁금해했으나 제안을 접하고 나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공동성명으로 이를 발표할 것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북한측으로부터 공동성명 대신 러시아측이 독자적으로 발표해도 좋다는 얘기를 들었으며 이에 따라 러시아 언론에 이를 공개했다고 만수로프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는 북-러시아 정상회담의 주요한 성과는 김 국방위원장과 푸틴 대통령간의 `새로운 개인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하고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은 미미한 것이지만 개인적 관계가 확립됐다는 사실 자체는 매우 고무적인 징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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